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회동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참석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지난해 7월과 9월에 개최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 불참한 바 있는 홍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의 논의 주제를 안보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관철하고 참석한 만큼 회동 분위기가 어떨지가 관건이었다.
참석자들은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에 참석한 것을 반기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행사 시작 시각인 정오를 20여분 앞두고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과 함께 사전 환담 장소인 본관 충무전실에 도착한 홍 대표는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만나 악수하고 인사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홍 대표에게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홍 대표와 유독 반갑게 인사하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홍 대표님이 그렇게 반가워요"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했다.
문 대통령은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정오에 맞춰 입장했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오찬 장소인 인왕실로 자리를 옮겼다.
원형 테이블에 앉은 참석자들은 재차 여야 5당 대표가 이번 회동에 함께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정미 대표는 "당 대표가 되고 세 번째 청와대 회동에 왔는데 어제부터 마음이 많이 설레었다"며 "홍 대표와 이 자리를 함께 하게 된다는 점이 기뻤고, '우리가 드디어 완전체로 모이게 됐구나'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에 추미애 대표는 "(지난 회동은) 제1야당 (대표) 불참 속에 큰 어금니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홍 대표가) 오시니 어금니가 채워졌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나 당에 복잡한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당내에서 반대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홍 대표의 참석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보수 야당의 반대로 답보상태에 있는 '여야정 협의체' 논의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정미 대표가 '이런 회동을 자주 하자'는 취지로 말하자 문 대통령은 "그래서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것 아닌가"라며 "교섭단체만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는 이견이 있어서 만들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어 "원내와 관련한 일은 관행을 중심으로 교섭단체만 모이고 청와대와 관련한 일은 여러 정당이 모여 함께하는 방안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합의만 되면 얼마든지 할 테니 홍 대표도 이제 오시는 거죠"라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날 회동은 진행됐다.
추미애 대표는 "홍 대표가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국민의 기대에서 나오신 것 같은데 먼저 말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홍 대표에게 먼저 인사말을 권하기도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과와 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거론하는 대목에서는 계절이 봄으로 바뀐 데 비유한 표현들이 나왔다.
추미애 대표는 "평창동계올림픽은 어떤 사람도 이의 없이 가장 훌륭한 올림픽이었다고 평가한다"며 "봄기운이 부는 가운데 남북 관계에서 훈풍이 부는 것도 대통령이 국정을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라고 덕담했다.
조배숙 대표도 "평창동계올림픽 때 평화의 기운이 대북 특사의 활동으로 인해 봄눈 녹듯이 하는 것 같아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대표와 유승민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을 상대로 다소 정제된 작심발언을 내놓아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께서 과거에 북한에 속았던 전철은 이번에는 밟지 마시기를 부탁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는 "안보·경제·민생이 위기인데 그동안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소통과 대화가 매우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통령께서 야당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7분 넘게 이어진 유승민 공동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조배숙 대표가 "국회에서는 발언 시간 총량제가 있는데 오늘 서로 발언 시간의 균형을 맞춰줬으면 좋겠다"면서 "청와대 오찬이 왜 맛이 없는지를 알겠다"고 말하자,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다.
한편, 회동 의제를 놓고 추미애 대표와 홍준표 대표 간 가벼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미 대표에 이어서 추 대표가 개헌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자 홍 대표는 "안보만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로 했으면 약속을 지켜주셔야지, 다른 주제는 나중에 해도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저희 밥 안 먹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정장을 입고 참석한 추 대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논란을 의식한 듯 "유구무언입니다만 여당 대표로서 (반성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미투' 복장을 하고 왔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