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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신 / 사회부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수원 출신, 한국 대표 페미니즘의 선구자, 여성주의자로 꼽히는 나혜석 작가는 '여자도 인간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018년,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운동이 진행 중이다.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한 남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것. 한국여성의전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1~2015) 2천39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인미수의 피해자로 집계됐다. 또 지난 4년간(2011~2014)의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현황에서 전체 범죄자의 80%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교통, 학교, 회사 등 일상생활에서 두렵고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이를 계기로 평소에 남성으로부터 느꼈던 공포심을 표출해 내기 시작했다.

#MeToo

여성 혐오는 비단 강력범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구조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성차별적 범죄인 성폭력, 성추행은 만연해 있던 상황. 한국 사회는 여성 외모에 대한 평가로 시작해 신체적 존엄을 무시하는 등 기본적 인권마저 말살해왔다. "나도 겪었다"는 법조계 한 사람의 고백을 시작으로 문화계, 언론계, 연예계, 교육계, 정치계 내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성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은 오히려 2차 피해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사회는 피해자의 무너진 삶보다 가해자가 살아갈 삶에 대해 주목한다.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로부터 받은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한 여성이 왜곡된 소문으로부터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신체적 존엄마저 지킬 수 없는 사회 구조 속에 있었다.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당했을 때 한국 사회 내에서는 가해자 변명거리를 주느라 처벌해 오지 못했다"며 "현재 역차별로 남성 평등을 외치고 있는 한국사회는 구조적 불평등을 인정하며 사회적으로 여성이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도록 구제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0년 전 3월 8일, 남성노동자의 절반의 임금으로 생활해 오던 미국의 여성노동자 1만5천여명이 빵(생존권)과 장미(존엄성)를 달라고 외쳤던 이 날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

/박연신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