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앉히고 뺨에 입맞추기도
반발 여직원엔 근무평가로 압박
"일상적 추행, 범죄 의식도 없어"


노래방 도우미 역할에서부터 회식 자리 술 시중까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인천시 공직사회로까지 확산되면서(3월 12일자 1면 보도) 그동안 금기시 되던 인천시 일부 간부 공무원들의 성추행성 행태를 고발하는 여성 직원들의 '증언 '이 이어지고 있다.

경직된 공직사회에서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져 눈감아왔던 잘못된 문화를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인천시의 한 여직원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우리가 노래방 도우미나 다름없었다"며 "불과 수년 전 일이지만 2차 노래방에서 블루스는 기본이고 여직원들의 브래지어 끈까지 만지며 추행을 일삼던 간부 공무원이 있었는데, 이는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일이라 그때는 이런 게 범죄에 해당한다는 의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래방에서 여직원 손잡고 뺨에 입을 맞추는 정도는 그냥 웃어넘길 정도였다"며 "이런 추행에 대해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여직원도 "제가 모시던 한 고위 공무원의 경우 회식 자리에서 본인이 직접 여성 직원들의 자리 배치까지 했다"고 말한 뒤 "1차 회식 후에는 꼭 2차 노래방에 가서 여성 직원들과 번갈아 가며 블루스에 포옹까지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인천시의 한 산하기관에 있는 여직원은 "노래방에서 여직원을 무릎에 앉히는 상급 직원도 있었다"며 "관행처럼 여겨온 이런 문화 속에서 반발하거나 항의하면 그대로 매장당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인사철만 되면 여직원들을 개인적으로 불러내 술자리를 갖는가 하면 2차 술자리를 거부하는 직원에겐 "너 근평(근무성적평정) 때 보자"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하는 간부 직원들도 있다는 게 직원들의 얘기다.

승진이나 근평 권한을 갖고 있는 간부 직원들의 전형적인 갑질 관행이 회식 자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시 직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온라인 대화방(인투인·IN2IN)에는 일부 간부 공무원들의 성추행과 인격모독 등을 폭로하는 글이 잇따르고, 비공개 미투 게시판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성 글도 이어지고 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