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301001014300047551.jpg
위기감에 휩싸인 GM 부평공장. /경인일보DB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GM이 한국GM 사태와 관련, 노조와 한국정부가 신속하게 구조조정에 합의하면 지속 가능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한국GM을 통해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을 요청하는 등 한국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GM이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놓으며 한국측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GM측이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투자를 앞세워 이같은 요구와 압박을 높이고 있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확산되고 있어, 한국GM 실사와 지원을 놓고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GM의 댄 암만 사장은 12일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GM의 채무 만기인 오는 31일이 이른바 '조치' 시한인지 묻는 질문에 "시간이 부족하며, 모두 긴급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GM은 GM 본사에게 진 채무 중 18억8천만 달러(약 2조원)의 만기가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도래하게 된다고 밝혔으며, GM은 한국 정부 측에 한국GM이 신규 자금을 수혈받지 않으면 1분기 현금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날 댄 암만 사장의 발언은 이같은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노조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만 사장은 "사측과 노조, 한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합의할 수 있다면 한국에 사업 투자, 신차 프로그램 배정 등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 가능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서 모두가 더 좋은 상황으로 도달하기 위해 다 같이 뭔가에 헌신해야 하는 게 전형적인 구조조정"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와 신차 배정의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내세운 것이다.

2018031301001014300047552.jpg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폐쇄 철회 등을 촉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와함께 GM은 지난 12일 한국GM을 통해 인천시와 경남도에 공식적으로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을 요청하고 나섰다. 구조조정과 함께 외투지역 지정을 통한 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GM은 이같은 외투기업 지정 신청과 함께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놓음으로써, 신차 배정 및 신규 투자에 대한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은 셈이다.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관련 기업은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외국인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최초 5년 동안 법인세 등이 100% 감면되고 이후 2년에도 50% 감면된다.

하지만 이같은 외투기업 지정을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GM이 포괄적으로 언급해온 한국 공장에 대한 신차 2종 배정, 28억달러 신규투자 등 투자계획과 실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출돼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실사를 통해 원가구조를 확인하고 자구계획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 12일부터 한국GM에 대한 재무실사를 본격적으로 시작, 실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이와 별도로 여론은 GM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GM 본사는 파생상품 거래로 한국GM의 자금 2조3천억원을 횡령하고, 6천억원대의 법인세를 탈세했다"라고 주장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에따라 이날 GM을 10조원대 횡령·배임 및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군산시민들도 지난 5일 "GM 군산공장 폐쇄 의혹을 규명해달라"며 한국GM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전북도민, GM 군산공장 근로자, 가족 등 4천여명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궐기대회를 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정상가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GM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GM측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GM에 대한 여론 악화와 반발 심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