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협상이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렸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마이클 비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수석대표로 한 양국 협상단은 이날 워싱턴DC USTR 청사에서 한미FTA 개정을 위한 3차 협상에 착수했다.

우리측은 미국이 오는 23일부터 수입 철강에 관세 25%를 부과키로한 것에 부당성을 역설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와 한미FTA 협상을 연계하는 전략을 편 가운데, 한국은 이에 맞서 철강 관세 면제와 한미FTA 자체의 '이익 균형'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유 실장은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이어 철강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수입 규제 강화 조치는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1·2차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문제도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ISDS는 그간 국내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ISDS는 우리나라 정부의 법·제도로 손해를 본 미국 투자자가 국제중재기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어 사법 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측은 또 미 상무부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사용하는 미 관세법의 '불리한 가용 정보'(AFA) 조항에 대해서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자동차와 부품 관련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원산지 규정 강화 등 기존에 문제 삼은 부분들을 개선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관세 폭탄'을 지렛대로 삼은 미국 측 압박은 지난 1·2차 협상 때보다 개선 요구를 더욱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 철강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 대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일시적으로 면제토록 했다. 내달 초 열리는 나프타 8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이에 한미FTA 협상에서도 철강 관세를 근거로 한국 측의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은 제기돼 왔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했다.

김 본부장도 이 회담에서 한국 철강산업의 입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4년 대비 31.5% 감소했으며 미국 시장 점유율도 1.1%p 줄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 57억 달러를 투자해 3만3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 등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이 제기한 중국산 철강의 환적(옮겨싣기) 문제도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미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며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는 것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7시간 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양측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오전 2일차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주요협상 사안은 3∼4개 분과에서 자동차, 무역구제 등에 대한 세부 협상을 펼칠 예정이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