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부평공장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이 인천을 '조세회피처'로 낙인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투지역 지정이 도시브랜드 훼손과 외국인투자 위축 등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인천시는 최근 한국지엠이 제출한 부평공장 외투지역 지정안 검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외투지역 지정안이 법적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고,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며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면 인천에서 첫 외투지역이 된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부평공장 등에 총 28억 달러 규모를 투자해 연간 50만대의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조건으로 부평공장을 외투지역으로 지정해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한국지엠 측 요구다.

인천시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이 인천 전체 GRDP의 15%에 달하는 등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외투지역 지정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외투지역'이 되면 국세인 법인세가 5년간 100% 면제되고 추가 2년간 50%가 감면된다. 지방세 감면혜택도 상당하다. 취득세와 재산세가 10년간 100% 면제되고 추가로 30년간 50% 감면된다.

문제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외투지역 지정이 인천을 '조세회피처'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조세회피처(조세분야 비협조국)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한국지엠이 요구하고 있는 '외투지정 제도'가 지정의 주된 배경이 됐다. 우리나라가 외국 기업에만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제도 운용으로 기업의 세금납부를 피하도록 돕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국내엔 현재 60여 개 외국인투자기업이 외투지역으로 지정돼 혜택을 보고 있다.

대불산단 등 국내 20여 개 산업단지도 외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우리 정부는 지적된 일부 문제점에 대해 2018년 말까지 개선하기로 약속하면서 지난 2월 블랙리스트에선 빠졌지만, 여전히 EU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외투지역 지정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세무학회장을 지낸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외투지역 지정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 블랙리스트를 벗어난 상황에서 다시 외투지역을 지정하게 되면 한국지엠 하나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국제사회와의 통상관계에서 많은 것을 잃는 소탐대실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강력한 국가연합 체제인 EU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국지엠의 외투지역 지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지엠과의 관계, EU와의 관계, 국내법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조세회피처

법인이 얻은 소득에 대한 조세 부과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의미한다. 조세 감면 정도 등에 따라 4가지로 구분된다. 기업으로서는 조세피난처를 활용할 경우 절세나 탈세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