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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흐르는 MB 자택 앞 <BR/>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이르면 이날 결정될 예정이다. 2018.3.19<BR/> pdj6635@yna.co.kr<BR/>(끝)<BR/><BR/><BR/><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검찰이 거액의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19일 청구한 가운데 발부 권한을 가진 법원 판단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혐의의 소명 정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게 된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즉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려면 우선 18개 안팎에 이르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얼마나 소명되는지가 관건이다.

혐의 소명(疏明)이란 어느 정도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범죄사실의 존재에 확신을 갖는 '증명'보다는 낮은 단계의 입증이다.

검찰이 산정한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은 110억원대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외에도 직권남용, 횡령·배임, 조세포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다수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했고, 다스 '비밀창고'에 보관된 서류 등 결정적 물증들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도곡동 땅 등 차명 의혹이 제기된 재산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 본인에게 불리한 측근의 진술에 대해선 '처벌을 경감받기 위해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혐의가 소명될 경우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검찰 측은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향후 재판에 대비해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거나 말을 맞추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이에 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공범들이 이미 구속됐고, 상당수 증거가 수집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앞서 'MB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4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다스 관계사 횡령·배임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도 나란히 구속기소 됐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이 영장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이다.

2017년 3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당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 부장판사 3명 가운데 누가 이 사건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