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20일 입장 자료를 통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검찰에서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도 이와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은 검찰의 수사 기록과 각종 증거자료를 토대로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참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심문 자체를 안할 수도 있고, 검찰과 변호인만 가서 심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절차는 법원이 잘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영장실질심사 포기는 검찰 단계에서 혐의를 강하게 다투지 않고 구속 가능성까지 감수하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향후 재판에 집중해 본격적으로 유·무죄를 다투되 선처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적인 성격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15일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 등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대부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론적으로는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법원의 구인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설 수도 있다.
다만 피의자가 구속 여부를 다툴 권리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인 만큼 강제구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해 입장을 진술할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도주 우려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체포하지 않는다"며 구속 결정이 나기 전까지 대기할 장소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실질심사란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법원의 판사가 피의자를 법정에서 대면해 영장 청구 사실에 대한 진술을 직접 듣고 구금 또는 석방 여부를 판단·결정하는 제도로 1995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라 1997년부터 도입됐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한 명뿐이다.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있지만,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이라 판사가 홀로 검찰 수사 서류를 토대로 5∼6시간의 서면 심리만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지난해 3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두 차례 휴정을 거치며 8시간 40분 동안 심리를 받았다. 이는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최장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실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며 뇌물수수·국고손실·조세포탈·횡령·직권남용·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속 직업란에 '前職(전직) 대통령'이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구속 장소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또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구치소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이다. 따라서 만약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동부구치소에 수감하는 쪽으로 검찰이 실무 작업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
또 앞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는 점에서 검찰이 통상 중요 사건 피의자들이 수감되는 서울구치소가 아닌 제3의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구치소는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수용된 곳이다.
검찰은 영장에서 "피의자는 이 사건 수사가 자신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영포빌딩 압수물을 국가기록원으로 반납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태도에 비춰 향후 증인들을 회유, 협박하거나 정치적 사건으로 왜곡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수사 대상자들의 진술 조작 등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