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01002314600111382.jpg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청와대의 독단적인 기획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교육부, 관변단체 등이 총동원돼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 위법 행위로 ▲ 불법 여론 조성·조작 ▲ 비밀TF 운영 ▲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 청와대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 부당 행위 ▲ 국정화 반대 학자 학술연구지원 배제 등을 지적했다.

우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막기 위해 당시 청와대와 교육부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국정화 반대 성명 발표가 예상되자 사전 대응을 지시했고, 교육부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 성명서 발표, 보수 학부모단체 집단행동을 계획했다. 또 청와대는 교육부가 시민단체 명의로 국정교과서 홍보 리플릿을 작성해 배포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는 관련자들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수사 의뢰 대상에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이 포함됐다.

국정화 비밀 TF 설치·운영도 주요 위법 사항으로 지적됐다. 

교육부가 청와대 비서실장 및 교육문화수석의 지시에 따라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 국정화 추진 비밀TF(3개팀 21명)를 설치하고, 청와대 지시사항 이행, 국정화 로드맵 작성, 홍보업무 등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8032801002314600111381.jpg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비밀TF 설치·운영 과정에서 대통령령과 정부조직관리지침을 어기고 당시 안전행정부 협의와 기관장 결재를 거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 개입에 따른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사건도 주요 위법 사안으로 지적됐다. 2015년 11월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괄 출력물 형태의 허위 찬성의견서 4만여장이 마감일에 '차떼기'로 무더기 제출됐고, 국정교과서 홍보비의 절반가량인 12억8천만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교과서 편찬과 집필 과정에서의 위법·부당 행위 역시 확인됐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편찬 과정에 개입해 편찬기준 21건의 수정을 요구했고, 그중 18건이 반영됐다. 또 편찬심의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16명 중 13명을 추천 순위와 상관없이 낙점했다.

집필진 선정 과정에도 청와대의 부당 개입이 드러났고, 박 전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과 관련해 15가지 항목에 관해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진상조사위는 전했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하고 국가기관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개입한 반헌법적, 불법적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조사위는 "유사한 일을 막으려면 초등 국정교과서 검정제 전환,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폐지 등 교과서 발행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역사인식 차이가 사회갈등으로 번지지 않고 공론의 장에서 활발히 논의되도록 역사교육을 토론과 논쟁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