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대리·차장·부장 등 직급 호칭을 모두 'OOO님' 또는 '프로'로 단순화해 젊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년 정도의 적응 기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호칭 파괴를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을까.

28일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임직원들이 호칭 파괴를 어색해 하는 기간은 지났다. 시행 초기에는 어색함에 실수도 잦았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바뀌는 IT 제조산업에 소속돼 있다 보니 임직원들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본사가 있는 수원영통과 반도체 생산 라인이 있는 화성 기흥 일대에서 임직원들은 서로 'OOO 프로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OOO님'과 '프로'를 합친 호칭을 사용했다.

회사 측은 직급 대신 'OOO님'이나 '프로', '선후배님' 등 다른 호칭도 사용할 수 있게 했는데, 직원들이 이름에 '님'만 붙이거나 그냥 '프로'라고만 부르는 것을 서로 어색해 하면서 차츰 'OOO 프로님'으로 고착됐다는 것.

한 직원은 "차장으로 승진하자마자 직급 호칭이 사라져 아쉽기도 했지만, 현재는 '프로님'으로 부르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외부에서도 삼성전자의 호칭 파괴가 안착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한다. 다만 수평적 문화 조성 등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호칭 파괴를 시도했던 포스코·KT·한화 등에서 3~4년 만에 기존 직급 체제를 부활시켰는데, 국내 기업 문화 특성상 호칭만으로는 수평적인 문화가 조성되지 않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서로 매니저라고 부르라 했지만,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승진을 비롯해 과장·차장·부장 등의 경계는 사실상 모두 없애기 힘들다"며 "결국 내부에서는 직급 호칭을 더 많이 사용했다"고 말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는 "직급 호칭이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의 저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직무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조직의 수평적 소통을 구축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기존의 기업 문화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