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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9일 오후 서울 조선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先)핵폐기 후(後)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이 일괄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나갔던 것이 지난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두 정상 간 선언을 함으로써 큰 뚜껑을 씌우고 그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꾸 혼수나 시부모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미세하게 그런 문제가 없는 결혼이 어디 있겠나"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말까지 만나겠다고 선언한 것에서 해보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가진 비핵화 구상에 대한 물음에는 "테이블에 들어오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생각이 있다기보다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타협지을 것"이라고 답했다.

리비아식 해법은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북핵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의 전도사'로 불린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간 회담에 대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대해서 아주 작은 부분까지 상세하게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회담이 3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유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방중 정상회담에 대한 후속 조처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하다 보니 길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과 정치·문화·사회·경제·인적교류 등 폭넓은 이야기를 했고, 특히 중국 관광객의 우리나라 방문 문제는 확실하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회담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논의가 있었는가'라는 물음에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이후로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좀 더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흔들린 것이 아니냐는 일부 외신의 보도에 대해서는 "외교·안보 문제라면 신뢰에 흔들림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통상의 문제라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과 우리나라의 환율 개입을 막는 협상이 패키지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보도에 대해서는 "환율과 철강·한미 FTA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핵심관계자는 "철강과 한미 FTA는 축구경기를 한 것이고, 환율 문제는 전혀 다른 시기에 다른 경기장에서 야구를 한 것"이라며 "이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일전 축구에서 일본이 졌지만 비슷한 시기에 야구에서는 일본이 이겼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축구는 졌지만, 야구는 이겼으니 합치면 비슷한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그리 묶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날 남북 고위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라고 말한 데 대해서는 "남북 간 정상회담 의제가 다른 것은 아니다. 어느 시점에 의제를 결정지을지에 대한 스케줄 정도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날 평양에 도착한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초 바흐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 직후 방북하려고 했는데 그때 잘 안 맞았던 것 같다"며 "이번에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