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후배 여검사 성추행 및 인사보복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를 불러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점검했다.

31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 24일 서 검사를 불러 2010년 10월 말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직후 상황에 관해 물었다.

조사단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뒤 서 검사가 이를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안 전 검사장이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 측은 여러 객관적 정황에 비춰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 전 검사장이 본인의 행동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검사는 사건 발생 후인 2010년 12월 소속 검찰청 부장검사를 통해 검사장과 차장검사 등 윗선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법무부 임은정 검사로부터도 연락이 왔는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서 검사는 임 검사에게 "잘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고 했다. 이미 본인이 속한 검찰청 간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간부들로부터 안 전 검사장의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더 거론할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안 전 검사장은 사건이 발생한 지 7년4개월이 지난 올해 1월29일 서 검사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뒤에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인식 시점이 사법처리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주장처럼 올해 1월 성추행 폭로 전까지 인식하지 못했었다면 2014년 사무감사와 2015년 통영지청 발령 과정에서의 서 검사가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인사보복을 당했다는 의혹은 처벌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서 검사 측은 조사단의 소환조사에서 안 전 검사장이 사건 발생 직후 서 검사가 이를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이를 괘씸하게 여겨 인사보복으로까지 이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10년 말 임 검사가 서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려고 하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는데 왜 들쑤시고 다니느냐"며 질책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정황상 안 전 검사장이 성추행 사건을 몰랐을 리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진술을 토대로 안 전 검사장의 사건 인식 시점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서 검사에 대한 2014년 사무감사가 부당한 처분이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 검찰 출신 변호사 2명을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사무감사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거의 마무리돼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조만간 안 전 검사장을 재판에 넘길지, 기소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등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