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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김세윤 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비선실세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몸통'이자 최종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사실 18가지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김세윤)는 직권남용·강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월 결심 공판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오랜 사적 친분을 유지해온 최서원(최순실)과 공모해 각 기업에 출연을 요구하고 최씨와 친분 회사에 납품 계약 등을 요구하는 등 기업 경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또 청와대 국가 기밀을 최씨에게 전달하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기업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위법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헌정 사상 초유에 대통령 파면까지 이르고 헌법상 책임을 방기하고 국민이 준 권한을 최씨와 나눠 행사했다"며 "최씨와 공모해 받거나 요구한 뇌물 총액이 280억원이 넘는 점 등을 고려해 구체적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서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범들의 재판 결과와 마찬가지로 핵심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유무죄에 대한 판단에 앞서 재판부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그대로 옮겨 적은 수첩 63권에 대해 간접 증거로 증거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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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재판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전경련 등에 재단 설립을 지시하고 각기 다른 기업으로부터 778억원을 받은 것으로 직권남용·강요 유죄로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약속한 혐의 중에선 72억 9천여만원을 뇌물액으로 인정했다. 삼성으로부터 받은 말 3마리와 보험료, 선수단 차량 등은 모두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판단했지만,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2천800만원과 미르·K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은 뇌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롯데그룹이 K재단의 하남 체육시설 건립 비용 명목으로 70억원을 낸 부분은 강요와 제3자 뇌물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 사업과 관련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본 것.

K재단의 해외전지훈련비 명목으로 SK그룹에 요구한 89억원도 유죄로 인정됐다. 또 KT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압박해 최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회사인 더블루K와 플레이그라운드 등에 일감을 준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아울러 노태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현 문체부 차관)의 좌천과 사직에 개입하는 등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요구한 혐의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1급 공무원이라고 해도 아무 때나 합당한 이유 없이 면직하거나 해직할 수 없다"며 "좌파 성향 개인에게 보조금 지급을 배제해야 한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피고인의 직권남용 혐의가 위법 부당하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결과는 지난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에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건강 상의 이유로 법정에 출석할 수 없다는 사유서를 제출하고 피고인석을 비웠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