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는 현 정부의 언론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사
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한겨레신문 정치부 정당팀장인 성한용(成漢鏞·42) 차장은 최근 펴낸 저서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했는가’(도서출판 중심)에서 “국세청 세
무조사는 동아일보 등 ‘빅3 신문’을 손보기 위한 ‘언론사 타격용’”이
라고 주장했다. 성 차장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출범이후 2년8개월간 한겨
레신문 청와대 출입기자로 근무하면서 취재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발언내용
을 근거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성 차장은 “김 대통령이 올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 한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우리가 언론사에 손을 대기 시작하
면 동아 조선 중앙은 길길이 뛸 것이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겨
레가 줄기차게 요구한 ‘언론 개혁’을 곧 시작한다. 기사를 미리 쓰지 마
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성 차장은 또 “언론사 세무조사 착수 후 현정권의 실력자 가운데 한 사람
은 ‘앞으로는 정권에 대한 기사를 비판적으로 쓰든, 호의적으로 쓰든 신문
사 마음대로다. 대신 우리는 법률에 정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우리는 더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성 차장은 이와 함께
이 책에서 현 정권이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한 원인으로 권력기관의 호남 편
중인사로 인한 지역감정 악화, 민심 이반을 부른 옷로비 사건, 민주당의 4
·13 총선 패배, DJ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 등을 꼽고, 이에 관해서도 자
세히 다루고 있다.
다음은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주요 내용 요약.
▲DJ의 정권 초기 언론관〓DJ는 집권 초기 언론에 대해 대체로 낭만적인 인
식을 갖고 있었다. DJ는 98년 ‘신문의 날’ 리셉션에서 “개인적으로 신문
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당하기도 해 때로는 화도 나고 어떻게 해볼까 생각
도 했으나, 어쨌든 언론 덕택으로 민주주의도 이만큼 발전했다”고 말했
다. 이는 김 대통령이 몇몇 신문은 손을 볼 생각도 있지만 참을테니 정권
에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DJ 집권 직후 시민단체와 청와대 내부에서도 힘이 있을 때 언론 개혁에 착
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DJ는 움직이지 않았다.
▲DJ가 ‘빅3’와 멀어진 계기〓98년 8월 ‘제2건국위원회’ 출범을 계기
로 동아일보가 정권 비판에 본격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논조를 유지했다.
유력 일간지들이 DJ를 공격한 무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지역문제가 가
장 위력적이었다. ‘빅3’ 지면에는 ‘호남편중 인사’라는 제목이 끊이질
않았고 신문을 본 경상도의 민심은 갈수록 악화됐다. DJ는 차츰 언론에 대
해 신경질적이 돼갔다.
98년 8월 한 대통령수석비서관은 언론 개혁에 대해 “좀 지켜보려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하면 사활을 건 전쟁이 된다. 이
런 얘기가 나가면 큰일난다”고 털어놓았다. 하긴 해야 하는데 시기를 생각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98년 11월 한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술을 마시다가 문서를 하나 보여주면서
“언론이 이럴 수 없다. 중앙과 세계는 당장 작살내겠다. 조선도 두세달 내
에 그냥 안 둔다. 국세청 상속세로 뒤집어 버리겠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착수〓2000년 10월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결정됐다. 하지만
경상도의 분위기는 싸늘했고 ‘빅3 신문’은 경제난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정현준사건과 진승현사건 등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
식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빅3’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갔다.
DJ의 2001년 연두회견은 집권 초기부터 유지해온 자율에 의한 언론 개혁 방
침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DJ 발언 배경에 대해 “현
정권은 아무리 잘해도 비판을 받았다. 호남 편중인사 보도, 경제 위기를 과
장하는 보도 경향 등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조사팀을 정비하고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DJ의 언론
개혁 발언이 나온 지 한 달도 채 안돼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청와대는 세무
조사 착수 발표 직전 조선, 중앙일보에 세무조사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미
리 알려주었다.
하지만 동아일보에는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청와대 비서관들은 “그만
큼 현 정권이 동아일보를 미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같은 편
인 줄 알았는데 조선일보보다 더 지독하게 비판을 해서 훨씬 더 미워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세무조사 기획 단계에서부터 깊숙이 개입한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빅3’
가 정권에 쉽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임을 예상했다고 한다. 따라서 언론
사 세무조사는 ‘언론사 길들이기’가 아니라 ‘언론사 타격용’이었다. <
연합>
“언론세무조사는 빅3신문 타격용"
입력 200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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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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