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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을 수사하는 경찰이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19일 오후 대한항공 직원들이 본가건물에 출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잇따른 관세 포탈 의혹이 나오면서 '공항 상주직원 통로'에 대한 관리 강화를 통해 밀반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최근 조현민(35·여)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 이후 조씨 일가의 밀반입 등의 일탈행위와 관련한 제보가 이어져 관세 포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필요한 물품을 밀반입하기 위해 내부 전담팀을 운영했다는 증언은 물론, 해외에서 명품을 구매한 뒤 세관을 거치지 않은 채 자사 직원을 통해 자택으로 들여왔다는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씨 일가의 밀반입 경로는 공항의 상주직원 통로로, 자사 직원이 총수 일가에서 사들인 명품을 대신 들고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관세신고 없이 빠져나갔다는 게 핵심이다.

상주직원 통로는 항공사·공항공사 등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업무 목적으로 세관이나 출국장을 다닐 때 사용한다.

상주직원 통로는 공항공사로부터 패스(출입증)를 발급받아야 하며, 개별 직원의 업무 성격에 따라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해 드나들 수 있는 범위가 다르며 등급제에 따라 다른 패스가 지급된다.

그러나 상주직원 통로의 관리 주체가 인천공항공사이기 때문에 보안 검색이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세관 요원은 배치되지 않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 세계 다른 공항도 대부분 세관 요원이 배치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는 데다, 상주직원 통로 자체가 1명만 통과할 정도로 넓지 않고 보안 요원의 검사도 이뤄져 대량 밀반입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대거 동원될 경우 한 번에 대량의 밀반입도 어렵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공항의 한 관계자는 "만약 밀수가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면 대한항공 지상직을 통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수의 직원을 동원해 각자에게 소량의 물건을 들려 보냈다면 한 번에 많은 물품도 들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물품의 밀반입을 위해 내부 전담팀을 운용했다는 증언이 중앙일보를 통해 보도됐다. 감시가 소홀한 새벽 시간대에 항공편을 이용, 가구·인테리어 용품·아동복·속옷·소시지까지 다양한 물품을 들여왔다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익명을 요청한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지난 19일 "인천에 들어오는 특정 비행기는 총수 일가의 거대한 '직구용 수송선'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70~80명으로 구성된 대한항공 수하물운영팀이 있지만, 운영팀 내부에 총수 일가의 수하물을 별도 관리하는 '별동대'가 존재해 총수일가의 물품을 관리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이 같은 대한항공 총수일가를 향한 의혹 제기에 관세청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44·여) 사장, 조현민 전무,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 등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관세 납부 내역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섣불리 관세 포탈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건을 누군가에게 선물 등으로 주고 국내로 반입하지 않았다면 카드 내역과 관세 납부 내역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세청 관계자는 "카드사용·관세납부 내역의 불일치 규모가 크고 서면으로 이에 대해 소명을 하지 못한다면 직접 불러서 조사하는 것을 검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