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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을 수사하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땅콩 회항'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무섭게 '물벼락 갑질' 논란에 의해 한진그룹 총수일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연일 화제다.

특히 해외에서 개인 물품을 구입한 뒤 회사 물품으로 속여 들여오는 방식으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직원 증언이 제기되면서 비리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20일 다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이 수시로 대한항공 비행기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반입된 물품들은 특수화물로 분류, 대한항공 총수 일가를 의미하는 'KIP(Koreanair VIP)' 코드로 관리됐다.

반입 물품은 가구와 명품 드레스, 인테리어 소품, 식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일가의 물품은 개인 물품임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회사 물품을 의미하는 'INR'(Internal Non Revenue) 코드를 받아 취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INR 물품은 회사 안에서 지점·부서 간 주고받는 물건으로 보고 따로 운송료를 매기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직원들은 한진 일가가 국내로 반입한 물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카메라 부품과 와인 등을,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가구를, 첫째 딸 조현아 사장은 미국 아동복과 속옷·소시지, 둘째 딸 조현민 전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LAX)을 통해 특정 브랜드의 애완견 사료와 소시지 등을 반입하는 일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제주도 제동목장 계란, 양배추, 대만 사과대추, 스페인 요거트 등 구체적인 식품과 의류 브랜드 등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설명했다.

심지어 총수일가의 지인들을 위한 물건도 대한항공 직원을 시켜 '지상직원→객실직원→지점직원' 루트로 보내는 일이 잦다고 부연했다.

한 직원은 "이런 상황을 직접 봤는데, (물건을) 대한항공 쇼핑백에 담아 조심조심 (기내에 있는) 코트룸에 싣고 날랐다"며 "이건 대한항공이 아니라 '땅콩택배' 같았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물품을 면세품목으로 분류되는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들여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정일의 대한항공 수입화물 취급정보를 보면 총수 일가가 물건을 들여온 물건이 수입 일반화물로 잡혀있고, 품명에는 항공기 부품을 뜻하는 영문 'AIRCRAFT PART'라고 표기돼 있다.

직원들은 "사적인 용도로 구입한 물건을 회사 물품이나 항공기 부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비를 내지 않고 관세를 피한 정황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는 배임, 정당하게 관세를 내지 않은 부분은 관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반입된 물건의 전달받는 방식은 사내 의전팀 등 직원을 동원해 공항 상주직원 통로를 이용, 물건을 빼내거나 회사 물건으로 속여 공항 밖으로 이동시킨 뒤 평창동 자택으로 전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만약 이 같은 밀반입이 오래전부터 이뤄졌다면, 관세 당국의 편의 제공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다른 직원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항공·관세 등 관련 업무 공무원들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라운지 서비스나 좌석 업그레이드 등 편의를 받고 가까운 관계를 맺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들이 각종 편의를 봐주지 않았는지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총수 일가를 겨냥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돼 경찰 등 관계 기관의 조사가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