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월내도 바라보는 관광객들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 남겨놓은 20일 서해최북단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백령땅끝 전망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한 북한 황해남도의 월내도를 바라보고 있다. 백령도/김용국기자 young@kyeongin.com

"죽기전에 고향땅 한번 밟아보나"
어느때보다 실향민 등 표정 밝아
조업구역·불법 중국어선 문제 등
어업·관광업 실질적 결과물 기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오후 인천 옹진군 백령도 '끝섬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은 지척에 있었다. 거리상으로 보면 가까운 곳은 걸어서 3시간 남짓, 쾌속선으론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남북이 가깝게 마주한 백령도에 봄이 왔다.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남과 북의 긴장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소식에 백령도 주민들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황해도 장연군 장연읍 칠남리가 본적이라는 최응팔(93) 할머니는 요즘 남북정상회담 관련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 최 할머니는 "요즘엔 죽기 전 고향 땅 한번 밟아보려고 여태껏 죽지 않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음력 1948년 정월에 젖먹이 딸과 함께 먼저 월남한 남편을 만나러 38선 이남인 백령도로 월남했다.

교사였던 남편과 왜정 때 면장을 했던 시아버지는 북에 남을 상황이 아니었다. 서울 수복 후 1·4후퇴 전에 시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올라갔는데, 그 이후 영영 만나지 못했다.

최 할머니는 "첫째 딸이 살아있다면 칠순이 됐을 텐데 소식도 모른다"며 "남북 정상이 실향민을 위한 결과물을 만들어 달라고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는 10여 년 전만 해도 주민 30% 이상이 실향민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황해도 장연·은율·옹진 등에서 건너온 1세대 실향민이 생존해 있다. 이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장산곶을 바라보며 실향의 슬픔을 달래곤 한다.

백령도 어민들도 곧 열릴 남북정상회담를 반겼다. 백령도 용기포항에서는 조만영(64)씨가 까나리 조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조씨는 곧 열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조업구역확대와 중국어선 문제 등 그동안 이뤄내지 못한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지난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은 약속만 있고, 후속조치가 없는 반쪽짜리 회담이었지만,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번 회담은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군사적 충돌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서해5도 이곳 어민은 조업구역·시간 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설치해 놓은 어구를 중국어선이 엉망으로 만들어도 보상받을 길도 없었다.

농업과 어업 말고도 숙박업 등 관광 관련업이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위기설이 불거지고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숙박예약이 60~70%가 취소되는 등 백령도 현지 관광업계도 몸살을 겪었다.

백령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광현 '까나리여행사' 대표는 "4월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본격적으로 평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성수기인 7~8월에 관광 특수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에도 천안함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위령탑이 세워진 연화리에는 여전히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전 9시 천안함위령탑에서 만난 관광객 강병돈(53)씨는 "대화는 반갑지만, 아직 쉽게 믿어선 안 된다.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평화 분위기를 조성했다가 항상 당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성호·공승배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