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사태가 국민의 공분 속에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갑질문제는 한진가 3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후 조 전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욕설, 폭언 등을 했다는 증언과 동영상이 나왔다. 여기에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수년에 걸쳐 고가의 해외 사치품을 신고 없이 들여왔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밀수와 탈세의혹까지 더해져 사태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관세청은 이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의 자택과 인천공항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23일에는 본사 전산센터와 중구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김포공항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수색하는 등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총수 일가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 직원들과 회사가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한편에서는 법원이 한진그룹 일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에서 세관 당국이 이미 구체적인 비리 혐의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밀수·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국적기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한층 커지는 등 대한항공은 사면초가에 몰릴 게 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중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한진그룹과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점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밀수·탈세는 장기간에 걸친 행위로 보인다. 그런 만큼 사실상 세관이 밀수·탈세를 묵인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세관이 25일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오픈 채팅방을 SNS에 개설하자마자 '세관 당국을 믿고 제보를 못 하겠다', '총수 일가 물건 프리패스 등 대한항공 유착설에 대해 세관이 먼저 해명해야 한다', '제보를 받는 게 아니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등의 비판 글이 쇄도했다.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특히 공공기관인 세관은 평소 의심을 살만한 어떤 작은 행동도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와 대한항공의 밀수·탈세 혐의는 명백히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항공과 인천세관의 유착설을 먼저 해소하는 게 순서다.
[사설]배나무 아래서 갓 끈 고쳐 맨 인천세관
입력 2018-04-26 20:55
수정 2018-04-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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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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