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판문점서 걸어서 만난 양국 정상
김정은 위원장 "신호탄 쏘는 마음 가짐"
문대통령 "한반도 봄오는것 같다" 화답
함께 소나무 식수후 도보다리 산책대화
공동선언문 발표후 평화의집 저녁 만찬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9시 29분께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막이 올랐다. 정전 후 최초로 북측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넘은 순간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그러면 지금 넘어갈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예정에 없이 북측에서 사진을 찍었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방명록에 특유의 필체로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선에서'라고 남겼다.
■정상회담
=오전 10시15분부터 시작한 회담 모두발언에서 먼저 입을 뗀 김 위원장은 "분리선을 넘는 역사적인 순간까지 11년이 걸렸다.
걸어와 보니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우리가 200m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이런 만남이(의미 없지 않겠나.) 마음가짐을 잘해야 할 것이다. 평화번영·북남관계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의 출발점에 서서. 출발선에서 신호탄을 쏜다는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여기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되는 문제들을 툭 터놓고 이야기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서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나가는 계기가 돼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결과가 좋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멀리서 온 평양냉면을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고 말하다 "아,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해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봄이 한창이다. 한반도에도 봄이 오는 것 같다"고 화답한 뒤 "온 세계의 눈이 쏠려있다. 남북의 국민들, 해외 동포가 거는 기대도 크다.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며 "오늘 대화도 통 크게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1시 55분 오전 회담이 마무리되자 문 대통령은 "아주 오늘 좋은 논의들을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 국민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도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지만 첫 만남과 오늘의 이야기가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식수·도보다리
=두 정상은 오후 4시30분부터 판문점 '소떼 길'에 소나무를 함께 심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에 문 대통령이 백두산 흙과 대동강 물을 줬으며 김 위원장은 한라산 흙에 한강물을 뿌렸다. 이어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문구와 두 정상의 서명을 담은 표지석 제막식도 가졌다.
4시 36분께 공동식수를 끝내고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4시42분부터 5시12분까지 30분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많은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공동선언문·만찬
=이어 6시2분 남북 최초로 공동 선언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6시17분에는 만찬에 앞서 리설주 여사가 판문점에 도착했다.
리설주 여사는 "회담이 잘됐다고 해서 기뻤다"고 말했고 김정숙 여사는 "미래에는 번영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로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김 여사의 말을 받아 "그렇다면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북측의 퍼스트레이디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최초다. 두 정상 내외는 6시30분부터 평화의집 3층에서 만찬을 갖고 오후 8시30분 환송행사를 관람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