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리설주 여사 만찬자리 동반
리 "한 것 없이 왔는데 잘 되시길"
김 "미래에 번영만 있을거라 생각"
남북의 퍼스트레이디가 역사상 최초로 조우했다. 27일 남북정상회담의 만찬 자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함께했다.
리 여사는 이날 오후 6시 20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해 김 여사와 만났다. 김 여사는 하늘색 원피스 차림이었고, 리 여사는 분홍색 투피스를 입었다.
리 여사는 김 여사에게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대화를 좀 나누셨냐"고 묻자, 리 여사는 "깜짝 놀랐다"면서 "아침에 남편께서 대통령과 함께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회담도 잘 될 거라고 했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두 정상이 함께 한 도보다리 산책을 두고 김 위원장에게 "두 분이 아까 걷는 모습을 봤다. 미래에는 번영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카메라 피해서 멀리 갔는데 그게 나왔냐"라고 되물으며 "그렇게 보였다면 성공"이라고 답변했다.
리 여사는 "(김정숙)여사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단 얘기를 들었다. 오늘 한 것 없이 왔는데 앞으로는 잘 되시길 정성을 드리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리 여사가 참여한 만찬은 평화의 집 3층에서 오후 6시 30분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도 동행해,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와 연찬 및 오찬 등에 동석하는 등 북한 최초로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선보여 왔다.
외국 방문뿐 아니라 최근 북한을 찾은 외국 대표단과의 만남 자리에 빠지지 않고 동참하면서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방북한 남측 대북특별사절단과의 만찬에도 리 여사는 자리를 함께 했었다.
이날 만찬에는 두 정상 내외를 포함해 남측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가수 조용필·윤도현씨 등 평양 공연에 나섰던 가수들이 참석하고 북측에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남측을 방문한 경험이 있어 친숙한 인사들이 함께 했다.
북측 참여 인사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26명이다. 오전 환영식에 참석했던 북측 공식 수행원 9명 중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등은 만찬에 불참했다.
남측 방문 경험 등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인사이거나 김 위원장을 핵심적으로 보좌하는 인물들로 구성됐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남측에선 추 대표를 비롯해 우원식 당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 주요 정치인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부처 장관이 함께 했다.
이 밖에 평창올림픽 폐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렀던 '제주소년' 오연준 군과 기타 연주가 이병우씨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선 (건배사를)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위하여를 함께 외치죠"라면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김 위원장은 따로 건배사를 하지 않고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남북의 새출발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김연태·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