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을 지으면서 이미 납품된 레미콘의 단가 인하를 강요(4월 27일자 5면 보도)한데 이어, 이번엔 공사현장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인 현장배치플랜트까지 설치하기로 결정해 지역 레미콘 업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건설사가 현장배치플랜트를 운영할 경우 중소 지역 레미콘 업체는 수주 기회를 잃고, 레미콘 운송기사들도 일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평택 제2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에 들어갈 현장배치플랜트(규격 시간당 210㎥·1기)를 다음 달부터 가동할 방침이다.
이는 전체 레미콘 생산 예정 물량의 10% 수준이다. 현행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 지침' 상 시공사도 전문제조업자가 레미콘을 생산·공급하지 못하거나 수요량이 급증하는 성수기 등 충분히 공급받지 못할 때 현장배치플랜트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역 레미콘 업계에선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은 현장배치플랜트가 없어도 충분히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며 지역과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정 조율과 협조만 잘 이뤄진다면 공정에 차질 없도록 고품질의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는 지역 업체들이 많지만 삼성물산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택의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발주 물량이 감소하면 지역 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레미콘 기사 등 운송업자들도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 생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공사기간이 단기로 이뤄져야 해 야간작업이 불가피하고 레미콘 운송기사들의 8·5제(8시 출근, 5시 퇴근) 시행으로 현장배치플랜트 외에는 야간에 레미콘을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장배치플랜트로 생산하는 물량도 전체의 10% 내외 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기남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 등 지역 레미콘 업체는 삼성물산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사업조정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김종호·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