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극적인 대목이 있다면 그건 바로 '서해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화'일 것이다.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5도에 인접한 NLL 일대를 평화수역지대로 만들어 이 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도출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서해NLL 일대의 평화수역화 선언은 사전에 거의 언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좀처럼 실감하기 어려운 합의 내용이다. 이 수역이야말로 '한반도의 화약고'라 불릴 만큼 늘 남북 간 대결과 충돌의 실제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만 살펴봐도 현실은 참혹하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가까스로 유지해오다 실제 충돌로 이어진 경우만 네 차례나 된다. 1999년 6월 15일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제1연평해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발생한 남북간의 첫 해상교전이었다. 북한 경비정이 연평도 서쪽 NLL을 2㎞나 침범해 발생한 이 해상전투로 북한 경비정 1척이 침몰하고 5척이 파손됐으며 전사자 20명, 부상자 30여명 등 50여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 3년 뒤인 2002년 6월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포격으로 시작된 2차 연평해전에선 아군 고속정 1척이 침몰하고 6명의 전사자와 1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우리 피해도 컸다. 이후 2010년 3월에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과 그해 11월의 연평도 포격은 서해5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그런 만큼 서해5도 주민들에게 서해NLL 일대의 평화와 안전은 그야말로 '숙원'이다.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위협이 완전히 제거된 상태에서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원해왔다. 이번 남북정상의 합의로 그러한 바람의 현실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남북 관계당국의 후속 협의가 진척되면 NLL 해역에서의 공동어로, 해상파시를 통한 수산물 교역, 수산자원 공동연구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시기는 지금부터다. 지난 2007년에도 남과 북은 이와 유사한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으나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한 전례가 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남과 북의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