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공작을 지시·이행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전·현직 협력사 대표(지역센터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3일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윤모 상무와 전 해운대서비스센터 대표 유모씨, 양산서비스센터 대표 도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윤 상무는 2013년 7월∼2015년 말 노조 대응 조직인 '종합상황실' 실장 등으로 일하며 노조와해를 뜻하는 이른바 '그린화' 작업의 실무를 주도했다고 봤다.

그러나 박 판사는 "조직적 범죄인 이 사건 범행에서 피의자가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 해운대센터 대표 유씨는 2014년 윤 상무가 추진한 해운대센터 위장 폐업 계획을 이행하고 그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

양산센터 대표 도씨는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조원 염호석씨 부친을 6억원으로 회유해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고 주검을 화장하게 한 의혹이 있다.

이들에 대해서도 박 판사는 "일부 범죄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 도망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검찰의 '삼성 노조와해' 공개수사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삼성전자서비스와 모회사 삼성전자, 삼성그룹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 했던 검찰의 계획은 '첫 단추'부터 일부 어긋나게 됐다.

특히 윤 상무는 일선에서 '그린화' 작업을 사실상 지휘했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이 노조와해 공작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핵심 피의자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증거가 거의 완벽하게 확보됐기에 별다른 다툼의 여지도 있기 어려워 보이므로 영장기각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상무는 기획 폐업을 하는 등 '그린화' 작업을 지능적으로 장기간 직접 수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씨의 경우 노조원 사망조차 '그린화 실적'으로 보고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영장기각에 굴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실체 규명을 위해 철저히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