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한 저수지에서 SNS를 통해 만난 남성과 동반 투신자살을 기도했으나, 살아남은 30대 남성이 망자의 차량과 노트북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4일 절도 등의 혐의로 A(3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일 새벽 전주시 덕진구 아중저수지에서 B(31)씨가 투신하자 그의 BMW 차량과 옷, 노트북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와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졌지만, 교각 기둥을 붙잡게 되면서 목숨을 건졌다. B씨는 저수지 깊숙이 가라앉아 사망하게 됐다.

목숨을 건진 A씨는 B씨가 입던 옷과 노트북을 챙기면서 그의 차량을 훔쳐 달아났다.

이는 투신 전 B씨가 차량 내에 차 키를 놓는 모습을 기억했기 때문에 이뤄진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이들은 지난 3월27일 함께 투신하기 위해 SNS로 만나 전주와 완주 지역 일대 저수지를 물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물욕이 생겨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변 CCTV를 통해 누군가 B씨의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보고 용의자를 특정했다.

A씨는 아중저수지에서 1㎞가량 떨어진 한 식당 근처에 B씨 차를 버린 뒤 자신의 차로 갈아탔으며, 사건 발생 7일 만에 전주 시내 한 사우나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검거됐다.

A씨는 동종 전과 8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변변한 직업은 없고 빚은 많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며 "혼자 살아남은 것은 우연이었고, 시내로 나가려면 차가 필요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계획적으로 B씨를 사지로 내몰고 범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