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전단 살포를 중지하기로 한 남북 정상의 합의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 협조를 부탁했지만, 관련 단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대해 "북한 3대 세습독재가 무너진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 5일 낮 12시 경기도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언론을 개방하는 날까지 북한에 대북전단을 계속 보낼 것"이라며 "전단 살포를 제지당한다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른바 '대북풍선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가까운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 땅까지 매입했다.

북한에서 대북전단을 보고 탈북했다는 그는 대북전단 살포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만큼 국가가 제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지난 2015년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제지 역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적법하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제지할 수 없지만, 국민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제한이 과도하지 않은 이상 제지행위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제지행위는 "대형풍선을 날리는 지역, 또는 풍선이 지나가는 지역에 사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1심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10월 10일 경기 연천군에서 이 씨 일행이 날린 대형풍선에 고사총을 쏴 우리 군이 대응사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를 감행하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대북전단살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8월까지 대북전단 살포 집회와 관련해 입건된 사례는 2011년과 2013년 단 2건뿐이다.

모두 대북전단 살포 단체 관계자가 경찰과 충돌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된 경우다.

반면 2012년부터 2017년 8월까지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휴전선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를 비롯해 연천, 강화, 김포,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대형풍선을 이용해 북한 체제비판 전단을 띄운 것은 363회로 집계됐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남북교류협력을 해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윤후덕 민주당 의원 발의)이 계류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