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은 다사다난하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중 절체절명의 남북관계가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은 문재인 정부 1년의 가장 큰 성과였다. 지난해 7월 4일 대륙간탄도로켓(ICBM) 화성-14형 시험발사 때만 해도 남북, 북미 관계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채널이 복원됐고, 마침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남아 있지만 일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것은 정말 다행이다.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외치의 성과와는 달리 내치에서 큰 점수를 받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에서 벌어진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정치 보복'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우리 사회는 대립과 반목으로 국론이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이를 보듬어야 할 정치권은 소통의 부족으로 여·야간의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인사검증 실패로 6명의 고위공직 후보가 낙마하는 인사참사가 발생한 것도 뼈아팠다.

경제는 더 암울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였으나 고용 성적표는 최악이었다. 나랏돈으로 청년 실업을 해결하겠다는 청년 일자리 대책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했고 올 예산 가운데 일자리 창출에 쏟아붓는 나랏돈은 자그마치 19조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8%로 늘었고 비정규직에서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무려 35.7%를 기록했다.

'발등에 불'인 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 투자 확대를 유도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집권 1년의 성공을 과신한 나머지 2년 차에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다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야당과 소통을 하고 협치를 하라는 것이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던 1년 전 취임사를 기억했으면 한다. 아울러 80%를 넘는 지지율에 기대어 귀 막고 눈감으며 일방적으로 독주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