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 속해 사측과 갈등을 빚다가 택배 배송을 거부한 택배 기사들을 형사처분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경찰이 고심하고 있다.

택배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설립된 이후 첫 사례로 이러한 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지 주목된다.

12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택배업계의 대목인 설을 앞둔 올해 2월 6일 CJ대한통운의 경기 성남지역 택배 배송을 맡은 기사 15명이 배송 거부에 들어갔다.

이들은 CJ대한통운으로부터 택배 기사 채용·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A 물류업체와 계약한 기사들로 택배 물품이 담긴 자신들의 차량을 한곳에 세워두고 운행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주일가량 배송을 거부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에 속한 이들은 A 물류업체 측에 급여명세서와 비슷한 개념인 택배운송비 내역 공개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고 업체 측이 고용승계를 보장하지 않은 채 폐업을 예고하자 배송 거부에 나섰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업무방해, 횡령, 절도 혐의로 이들을 2월 9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두 달여의 수사 끝에 '혐의없음'에 따른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사건을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 거부에 돌입하기 전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을 거친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의 행위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쟁의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불기소 의견에 대한 근거를 추가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내 현재 경찰은 보완수사를 벌이고 있다.

택배 기사는 실질적으로 택배 회사의 업무지시를 받아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이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이 이러한 특수고용직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이들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신고는 반려되곤 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택배 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 전국택배연대노조의 설립을 허용했다.

이번 CJ대한통운의 고소 사건은 전국택배연대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인 택배 기사들의 배송 거부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첫 심판대여서 경찰과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법정으로까지 간다면 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의 고소는 노조의 적법한 쟁의행위에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노조원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의 물건을 정확히 배송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택배 기사들의 역할인데 이들의 배송 거부로 인해 물건이 묶여 있는 게 맞는 것인지, 이에 대한 회사의 고소가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을 받아보고자 고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사건을 다시 송치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