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엊그제만 해도 인천시교육감 선거전은 4파전 양상이었다. 보수진영의 최순자 전 인하대총장과 고승의 전 덕신고 교장, 진보진영의 도성훈 전 전교조 인천지부장 그리고 중도로 분류되는 박융수 전 인천시 부교육감 등 4명의 후보가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며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자 후보가 등판하기 전인 지난 3월 12∼13일 3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여론조사에서는 도성훈 후보 9.5%, 박융수 후보 6.1%, 고승의 후보 4.6%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런데 '중도파' 박융수 후보가 2차 여론조사결과 공개 직후 돌연 후보사퇴를 발표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시민들과 학부모의 부름이 있다고 판단해 8년 남은 공직을 사퇴하고 출마를 결심했으나, 두 달 동안 확인한 결과는 '저의 오만과 착각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라며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교육감 자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교육과 아이들에게만 전념하겠다고 항상 말씀드렸던 제가 인천에서 더 이상 할 것도, 머무를 명분도 없다는 최종적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며 고별인사(?)까지 했다. 박 전 부교육감은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비리로 구속된 직후인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교육감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며 벼랑 끝에 선 인천교육행정을 가까스로 떠받쳐왔던 장본인이다. 지난 3월 교육감 출마선언을 할 때에는 후원기부금, 선거펀딩, 출판기념회가 없는 '3무(無) 선거'를 하겠다고 밝혀 신선한 인상을 심어줬다.

비록 한 자릿수이긴 하지만 2차 여론조사에서도 6.3%의 지지율을 보여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터라 그의 사퇴는 뜻밖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세금과 교육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하는 '정치적 중립'을 실천하는 교육감 선거의 새로운 표준을 인천에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그의 중도사퇴는 여러모로 아쉽다. "세칭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를 극복하고, 아이들의 학습과 교육이 주체가 되는 평생교육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약속했던 그였기에 사퇴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인천에서 더 이상 할 것도, 머무를 명분도 없다고 스스로 내린 결론 또한 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그가 인천에 와서 3년 반 동안 보고, 느낀 것이 무엇이었을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