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회 새얼 국악의 밤 행사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공연장은 무대 아래서 갑자기 솟아오른 3개의 커다란 대북이 내뿜는 힘찬 박동에 휘감겼다.
연주자들의 계속된 타악 퍼포먼스에 관객 모두는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이 대북 연주는 실은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의 보이지 않은 연출에 의한 '통일의 북소리'였다.
기자는 그 소리를 하마터면 듣지 못할 뻔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조금 있다가 일어설 요량으로 맨 뒷줄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그만 지용택 이사장한테 들키고 말았다.
고교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도망치다 교문에서 선생님에게 붙들린 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착한 학생처럼 구경을 계속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들었다. 국악의 밤 사상 처음으로 대북 공연을 프로그램에 넣었다는 것을. 이는 '통일의 북 울림'이 인천에서부터 멀리멀리 퍼져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는 것을.
스물여섯 해를 계속해 온 이날 국악의 밤에서는 한·중·일 3개국의 작곡가들이 만든 국악관현악곡으로 무대를 열었다. 인천을 판소리의 도시로 전국에 띄우고 있는 김경아 명창이 '춘향가'의 한 대목으로 이어받았다.
또 드라마 음악과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을 보였다. '심청전' 중 심봉사와 뺑덕이가 만나 '황성 가는 길'은 관객들의 배꼽을 빼놓기도 했다.
국악가요, 사물과 관현악은 이날 무대의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공연자와 호흡을 맞춰가며 그때그때 추임새를 곁들였고, 손뼉을 치기도 하면서 흔치 않은 '국악의 세계'를 만끽했다.
지용택 이사장은 공연 프로그램 사이에 한마디 던졌다.
"북쪽에서는 24줄짜리 가야금 등 국악 악기는 많이 개발해 놨는데 창(唱)은 없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국악분야에서도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해야 할 일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공연장을 나오며, 내년도 제27회 새얼 국악의 밤 행사가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면 그 의미가 남다르겠다 싶었다.
/정진오 정치부 기자 schil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