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민연금공단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할지 반대할지, 아니면 중립을 지킬지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7∼18일 사이에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세부 방침을 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행사하는 게 원칙이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의결권전문위에 위임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전문위 자체적으로 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후폭풍을 막고자 외풍 차단 목적으로 최근 의결권행사 지침을 개정해 최근 의결권행사전문위 위원 3명 이상이 주총 안건부의를 요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기금운용본부는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찬성, 반대, 중립 등의 의사결정권을 의결권전문위에 넘겨야 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의결권전문위에 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을 맡기든지, 아니면 의결권전문위가 자체적으로 해당 안건에 대한 부의를 요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렇든 저렇든 의결권전문위가 해당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 확정 기준일인 지난달 12일 기준 현대모비스의 주주는 기아자동차 16.9%,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국민연금 9.8%, 외국인 48.6%, 기관·개인 8.7%, 자사주 2.7% 등이다.
국민연금은 2대 주주이다.
이 중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측의 우호지분은 30.2%다.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있는 지분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 3분의 2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최소 요건으로 지분 22.2%의 찬성을 얻으면 통과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만으로도 충족할 수 있는 요건이다.
다만, 이는 찬성의 최소 요건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대거 주총에 참석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참석률이 높아질수록 통과 기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전부 참석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부결된다.
9.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사실상 안건 통과를 결정지을 '캐스팅 보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정기주총 참석률이 통상 70∼80%인 점에 비춰볼 때 현대모비스 주주 중 75%가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주 중 50.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호지분을 빼고도 20% 가까운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10%가량의 찬성표를 끌어내면 되지만 반대표를 던진다면 사실상 분할·합병안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현대자동차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된 의결권행사전문위는 국민연금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2006년 설치됐다.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가 인사권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해서 산하 센터장 등 내부인사들로만 위원을 구성하다 보니 아무래도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를 보완하고자 만든 외부 독립 기구다.
의결권전문위는 정부와 가입자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1명은 현재 공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