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쟁 유공자와 희생자 가족이 추모·기념공연 무대를 장식한 올해 기념식은 시작부터 여느 해와 달랐다.
1980년 5월 당시 항쟁 참여를 독려하며 거리방송에 나섰던 전옥주(본명 전춘심) 씨가 38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아 기념식 시작을 알렸다.
전씨가 "광주 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국립 5·18민주묘지 기념식 현장은 오월 그날로 돌아갔다.
기념식 사회도 올해는 배우들이 아나운서를 대신했다.
항쟁 진실을 목격하고 세계에 증언한 '푸른 눈의 목격자'들도 항쟁 38주년을 시민과 함께했다.
5·18을 가장 먼저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아놀드 피터슨 목사, 광주 참상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해외 언론에 기고한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유가족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는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기념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38년째 찾아 헤매는 이창현(당시 만 7세) 군의 아버지 사연을 담은 기념공연은 기승전결 서사를 이어가던 기념식의 절정을 장식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의 명장면을 모아 현장뮤지컬로 각색한 '씨네라마' 공연이 이군 부자의 애끓는 사연을 극적으로 전달했다.
국민의례로 시작하는 여느 기념식과는 달리 추모공연, 헌화 분향, 경과보고가 앞서 진행된 점도 이색적이다.
이날 기념식에는 강경화 외교, 박상기 법무, 김부겸 행정안전 등 문재인 정부 장관들도 나란히 참석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한목소리로 불렀다.
역대 최대 규모는 아니었지만, 빗속에서 펼쳐진 기념식이 남긴 여운과 감동만큼은 지난해와 같았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열린 기념식으로 진행한 지난해에는 1만여명이 참석했다"며 "올해는 5천명을 초청했으나 초대장이 없어도 현장에서 신원 확인 후 행사장에 들어가신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