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농촌을 강타했다.
매년 농가 수익은 사실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촌 일용직 근로자의 일당만 크게 늘어 농민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인력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고용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이들도 최저 임금을 교묘히 '역 이용(?)'하며 일당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농민들이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3일 경기지역 농가에 따르면 농가가 밀집한 연천, 파주, 여주, 이천 등에 있는 인력시장의 농사 품삯은 남성 기준 평균 11만~12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3만원 올랐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으로, 올해 최저 임금은 전년대비 16.4% 인상된 시간당 7천530원이다.
반면, 도내 농가의 평균 순수익은 2015년 3천48만원, 2016년 3천81만원, 2017년 3천264만원으로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변화가 없다.
연천군 중면 3만3천㎡의 밭에서 콩, 팥 등을 키우는 A(70)씨는 농번기를 맞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루빨리 밭에 씨앗을 심어야 하는데 최근 급격히 오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작물 값은 매년 그대로인데 인건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천정부지로 솟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주시 점동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B(63)씨도 일손 구하기에 진땀을 뺐다.
인부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11시간을 일한다.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1인당 일당은 8만2천830원이다. 하지만 실제 일당은 11만원으로 3만원가량 더 많다.
B씨는 "비싼 값을 줘도 일하러 오는 인부들은 70~80대 노인들"이라며 "내년에는 가족 영농 규모로 논 면적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로 일당이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가 농가에 유입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에서 비닐하우스 8개동에 토마토, 오이, 상추 등을 재배하는 C(67)씨는 "베트남, 네팔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데 대충 하루를 때우고 돈을 받아가자는 성향이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만큼 달라고 해 황당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영래·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