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검토해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그 방법과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단시일 내에 새로운 방안이 재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24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새롭게 마련될 개편안의 윤곽을 두고 다양한 관측들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30.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글로비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모비스의 핵심 사업인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이 방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모비스에서 분할되는 법인을 과소평가해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고, 모비스 분할신설법인과 글로비스의 합병에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런 지적을 수용해 주주들을 좀 더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 합병 비율 재조정할까
시장에서는 당장 모비스 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단 가장 간단하면서 반대 논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한 주총 재상정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주들 반대는 단순히 분할 비율이 모비스에 불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모듈 부문의 저수익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AS 부문 분할의 사업적 타당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비율을 모비스에 유리하게 바꾸면 글로비스 대주주(정몽구·정의선) 지분의 희석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서 지배력 유지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주주와 모비스의 주주 간에 이해상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재추진이 단기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 재정비, 주주 의견 수렴, 기준실적 업데이트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도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모비스 물적분할' 방안 유력하게 거론
증권가에서는 유력한 '플랜B'로 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와 기아차 주식을 교환하고 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회사(신설법인)를 설립한 뒤 재상장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분할 비율에 시장 평가가 반영되고 시장가가 형성돼 공정성이 확보된다.
2단계로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30%)과 모비스 분할 신설법인의 지분(7%)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교환한다.
이 경우 대주주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합병 전 주식을 교환하기 때문이다.
이어 3단계로 모비스 분할 신설법인과 글로비스를 합병하면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합병을 진행할 수 있어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정 연구원은 예상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기존 개편안에서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거나 분할부문을 상장시켜 시장 가격대로 재추진하는 방안을 대안 중 하나로 꼽았다.
◇ 3사 분할합병·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도 거론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3사의 투자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3사 분할·합병'안도 거론된다.
송선재 연구원은 모비스 상장 외에 ▲ 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3사 분할·합병 또는 현대차·모비스의 분할·합병 ▲ 대주주들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 23.2%(기아차·현대제철·글로비스 보유분)를 매입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순환출자 해소와 현대차 금융계열사나 증손회사 지분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만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일 연구원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높인 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모비스 주주들에게도 글로비스 주식을 받는 게 매력적인 일이 되므로 기존 분할·합병안을 재추진할 수 있고, 글로비스가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추진 가능성은 작다"며 "앞으로 중간 금융지주사 설립이 허용될 경우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새 개편안은 일반 주주의 보유 지분가치 상향(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배당성향 증대 등)이 가능하고, 사업 분할에 대한 논쟁이 없거나(현대차·기아차·모비스 3각 분할), 가치 산정에 대한 쟁점을 완화(분할·합병 비율 변경 또는 인적분할 및 상장 후 합병)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공정위 요구에 부응해 3월 중 자발적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며 "단기간 내 규제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재계와 시장에서는 단시일 내에 새로운 방안이 재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24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새롭게 마련될 개편안의 윤곽을 두고 다양한 관측들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30.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글로비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모비스의 핵심 사업인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한 뒤 이를 글로비스와 분할·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이 방안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의 주요 논거는 모비스에서 분할되는 법인을 과소평가해 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게 산정됐고, 모비스 분할신설법인과 글로비스의 합병에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이런 지적을 수용해 주주들을 좀 더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 합병 비율 재조정할까
시장에서는 당장 모비스 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단 가장 간단하면서 반대 논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한 주총 재상정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주들 반대는 단순히 분할 비율이 모비스에 불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모듈 부문의 저수익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AS 부문 분할의 사업적 타당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병 비율을 모비스에 유리하게 바꾸면 글로비스 대주주(정몽구·정의선) 지분의 희석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면서 지배력 유지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주주와 모비스의 주주 간에 이해상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재추진이 단기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략 재정비, 주주 의견 수렴, 기준실적 업데이트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사정에 밝은 한 재계 인사도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이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모비스 물적분할' 방안 유력하게 거론
증권가에서는 유력한 '플랜B'로 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대주주와 기아차 주식을 교환하고 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3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회사(존속법인)와 모듈·AS부품회사(신설법인)를 설립한 뒤 재상장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분할 비율에 시장 평가가 반영되고 시장가가 형성돼 공정성이 확보된다.
2단계로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30%)과 모비스 분할 신설법인의 지분(7%)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16.9%)과 교환한다.
이 경우 대주주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대주주 이해관계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논란을 차단할 수 있다. 합병 전 주식을 교환하기 때문이다.
이어 3단계로 모비스 분할 신설법인과 글로비스를 합병하면 대주주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합병을 진행할 수 있어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정 연구원은 예상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기존 개편안에서 분할·합병 비율을 재조정하거나 분할부문을 상장시켜 시장 가격대로 재추진하는 방안을 대안 중 하나로 꼽았다.
◇ 3사 분할합병·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등도 거론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부문·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3사의 투자부문만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3사 분할·합병'안도 거론된다.
송선재 연구원은 모비스 상장 외에 ▲ 현대차·기아차·모비스의 3사 분할·합병 또는 현대차·모비스의 분할·합병 ▲ 대주주들이 직접 현대모비스 지분 23.2%(기아차·현대제철·글로비스 보유분)를 매입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순환출자 해소와 현대차 금융계열사나 증손회사 지분 문제 등을 해소하면서 법적·행정적 절차를 만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일 연구원은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높인 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모비스 주주들에게도 글로비스 주식을 받는 게 매력적인 일이 되므로 기존 분할·합병안을 재추진할 수 있고, 글로비스가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기아차의 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추진 가능성은 작다"며 "앞으로 중간 금융지주사 설립이 허용될 경우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새 개편안은 일반 주주의 보유 지분가치 상향(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배당성향 증대 등)이 가능하고, 사업 분할에 대한 논쟁이 없거나(현대차·기아차·모비스 3각 분할), 가치 산정에 대한 쟁점을 완화(분할·합병 비율 변경 또는 인적분할 및 상장 후 합병)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공정위 요구에 부응해 3월 중 자발적 변화 의지를 보여줬다"며 "단기간 내 규제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