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세계 경제 맞수인 중국을 겨냥해 관세 폭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동맹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으로도 동시다발로 관세 공격을 퍼부었다.
이들 국가가 미주 대륙, 태평양,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보복 관세를 주고받는 형국이 되면서 세계 무역은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무차별 통상 공격에 상대국들은 일제히 응전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예고했던 관세 폭탄을 중국에 이어 이날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도 현실화했고, 이들 상대국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즉각 맞불 관세를 경고했다.
세계 교역량 1·2위인 중국과 미국을 포함해 경제 강대국들이 물고 물리는 관세 공격을 주고받으면 연쇄적으로 글로벌 무역도 직격탄을 맞는다.
이미 주요 국제기구들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교역 증가율이 4.0%로 작년(4.2%)보다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작년보다 0.7%포인트 낮은 4.1%, 세계은행(WB)은 0.2%포인트 낮은 3.8%를 각각 제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이 EU·캐나다·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수십 년간 쌓아온 공급망이 왜곡되고, 무너지고, 방해받을 것"이라며 "무역이 대대적으로 방해받고, 경제 주체 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면 가장 고통받는 쪽은 극빈층"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먹구름에 휩싸이게 됐다. 무역 전문 변호사인 마크 워너는 미국과 NAFTA 상대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NAFTA 종결 시점이 앞당겨지게 됐다고 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세계 제조업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이 도마 위에 올린 철강과 알루미늄이 산업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각국 기업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들어 관세 압박을 높이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연초보다 1.06% 뛰었다.
미국 안팎에서 자동차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GM,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이 포함된 자동차제조업연맹(AAM)은 "이번 관세로 미국 내 철강 생산 비용이 상승해 글로벌 경쟁력에 위협이 되고 자동차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혼다모터스 등이 포함된 글로벌오토메이커스(Global Automakers)도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로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비용이 올라가고 고객도 피해를 볼 것"이라며 "상대국의 보복 조치가 뒤따르면 이 같은 피해가 되풀이돼 미국의 수출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밭 결집을 노리고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도 물음표가 드리우게 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31일 자 성명에서 유럽의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이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중 14%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번 관세로 받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관세로 미국 경제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제조업체의 투입 비용이 상승하고 상대국의 보복 조치로 미 수출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무디스는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관세 부과 여파로 NAFTA 합의 전망이 불투명해졌고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도 0.01%포인트가량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미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