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가 31일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확정했다. 학생부위주전형(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율, 수시에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의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혹은 상대평가 유지 여부가 대상이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6월까지 공론화 범위내에서 공론화 의제를 결정한 뒤 국민의견을 수렴하면, 시민참여단 400명이 7월 한달 숙의를 통해 최종안을 만들어 8월에 정부에 권고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년간 각계 의견이 대립해 온 대입제도 개편안이 일반시민 400명의 손에 넘어갔다.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는 시민 400명이 한달간 갑론을박을 거쳐 결정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안에 따라 입시를 치르게 된 것이다. 교육부와 대통령직속기구인 국가교육위가 확정했으니 공론화 과정을 되물릴 도리가 없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하는 일이 옳은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대입제도개편 공론화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교육개혁의 구체적인 선행과정이 생략된 채 진행된 점이 문제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교육은 세우고 교육비 부담은 줄이고'라는 슬로건을 앞세웠다. 대입제도를 개혁해 살인적인 사교육 현실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권의 교육개혁 철학을 교육현장에 어떻게 실현시킬지를 선행했어야 했다.
예를 들어 학생부 작성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대입 변별력은 어떻게 확보할지를 놓고 대통령의 교육철학에 입각한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했다. 이 과정이 선행됐다면 대입 전형비율을 정하는 일은 정부의 교육현장 정책에 따라 얼마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차적인 의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개혁 철학에 바탕한 교육현장 개선이라는 선행적인 조치 없이 대입제도 개편만을 떼어내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교육부는 수시모집을 확대한다는 공언과 달리 뒤로는 주요 대학에 정시 모집 인원 확대를 요청하고,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을 금지했다 취소하는 등 국민 신뢰를 상실하는 행보를 걸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대입제도 개편의 책임을 넘겼는지 몰라도, 백년을 바라보는 교육개혁 철학의 부재를 정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전문성 논란의 후유증을 감당할 부담도 정부의 몫이 됐다.
[사설]400명 시민들에게 떠넘긴 대입제도개편안
입력 2018-05-31 21:22
수정 2018-05-3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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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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