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유익균-유해균 균형복원에 초점
건강한 사람 배설물 미생물 채취·투여

국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에 적용
인하대병원 90%이상 완치… 논문발표


건강한 사람의 대변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대변세균총이식술'이라고 부른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 장내 세균의 다양성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최근 국내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치료에 도입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이 2014년부터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대변세균총이식술은 혈액·대변 검사를 거쳐 질병이 없는 것이 확인된 기증자의 대변을 채취, 여러 단계의 정제 과정을 거치고 섬유질을 제거해 세균만을 분리한 뒤 환자의 대장 또는 십이지장에 내시경을 이용해 투여하는 방법이다.

인하대병원 신용운 교수(소화기내과)는 "건강한 사람의 대장 내 세균(미생물)이 위막성 대장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 대장염, 변비, 설사 외에도 비만, 당뇨병, 천식, 아토피, 대장암 등의 발병 원인과 치료에 관련이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속속 발표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속 장내 세균 수는 어마어마하다. 그 종류와 기능이 100% 규명되지 않았지만, 이들 세균이 비타민 생산, 영향분 흡수, 면역 반응 조절 등 다양한 신체 대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할 때 장 기능을 유지하는 세균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는 데 이를 복원하는 데 대변세균총이식술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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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CDI·Clostrium Difficile Infection) 치료에 대변 이식이 적용되고 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은 설사·대장염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를 복용할 때 장내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내성균으로 중증 설사가 증상이다. CDI는 미국에서 연간 2만명 안팎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등 심각한 질환이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 환자에게 대변세균총이식술을 시행해 90% 이상 완치율을 기록했고, 그 결과를 지난해 대한소화기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또 대변이식센터, 대변은행 신설을 추진해 체계적인 대변 이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임상·기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용운 교수(소화기내과)는 "장내 세균에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깨질 때 건강이 나빠지거나 질병이 발생하고 이럴 때 대변 이식술이 적용된다"라며 "대변이 단순히 불필요하고 불결하다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명래기자 problema@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