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빙하 막아 '해수면 상승 억제' 역할
물골 영향 두께 얇아지며 균열 생겨
인공위성·아라온호 관측자료로 파악


남극 '빙붕'(氷棚·Ice Shelf)의 붕괴 과정이 우리나라 극지연구소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에서 처음으로 규명됐다.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구 온난화로 시작돼 해수 온도 상승, 남극 빙붕 붕괴, 해수면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14일 밝혔다.

극지연구소를 비롯해 캐나다 워털루대, 미국 컬럼비아대·텍사스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지난 2014년부터 '장보고과학기지 주변 빙권 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의 하나로 빙붕 붕괴과정을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200~900m 두께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빙붕 두께가 얇아지거나 붕괴하는 모습은 여러 차례 관측됐으나, 붕괴가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연구팀은 빙붕 아래에 만들어져 흐르는 '물골(물의 골짜기·basal channel)'의 영향으로 빙붕의 두께가 점차 얇아져 상부에 균열이 생기고, 결국 빙붕이 무너지는 것을 확인했다.

지구 온난화로 빙붕 밑에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 빙붕 아랫부분이 녹게 되고, 얼음이 녹은 물은 바닷물보다 밀도가 낮아 빙붕 바닥을 따라 흐르면서 물골이 만들어진다.

이후 물골 위 빙붕의 상부에도 하부와 평형을 이루기 위해 아래로 움푹 파인 구조가 형성되고, 두께가 얇아진 빙붕에 균열이 생긴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균열 속으로 물이 유입돼 얼면서 균열이 커지게 되고, 빙붕의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붕괴한다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2016년 6월 붕괴한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난센(Nansen) 빙붕'에 대해 인공위성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관측 자료 등을 통해 이 같은 과정을 파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지' 6월호에 게재됐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 예측사업단장은 "지구 온난화로 빙붕의 붕괴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수면도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정확한 해수면 상승 예측을 위한 연구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