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의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과 백가쟁명식의 야당 발 정계개편 시나리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계개편 등 정당체계의 변화 이전에 우선 야당은 이번 패배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이슈와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 역할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치적 환경에서 치른 이번 선거는 야당으로서는 힘든 선거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패인은 야당의 현실인식에 있다. 권위주의 정권때 정권을 정당화하고자 냉전에 편승하여 안보이데올로기로 반대파를 탄압했던 수구적 냉전사고에 갇혀서 세계사적 전환을 보려 하지 않았고, 일부 극우강경보수의 지지를 결집하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샤이 보수'의 지지를 기대했던 안일함이 근본 원인이다.

야당의 혁신은 패배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과 처방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도부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비상대책위 구성,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당의 재정비 등의 일상적인 패배 수습 패턴으로는 보수를 재건할 수 없다. 우선 한국당은 반공주의와 냉전사고에 기반했던 안보보수와 결별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이슈를 현실에 기반한 전향적 사고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역동적 고차방정식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경제지표 등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한국당이 견지해왔던 관행과 웰빙 정당으로서의 낡은 이미지를 벗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도 나아질 게 없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독점한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막연히 믿는다면 결과는 더욱 참담해질 수도 있다. 한국선거사상 전무후무한 참패는 예견됐던 일이다. 이제 야당은 모든 걸 버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에는 인적쇄신이 따라야 하고 인적청산은 기존의 친박과 수구적 태도로 일관했던 인사들과 정치적으로 선을 긋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쇄신을 누가 지휘하고 개혁해 나갈 것인가 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해결책과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책임질 인사들의 의원직 사퇴가 뒤따라야 하나 이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야당이 바로서야 집권세력도 건강해진다. 야당의 쇄신과 환골탈태를 위한 특단의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