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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KT 전·현직 임직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이 KT를 압수수색한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KT 광화문지사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18일 황창규 회장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5G 주파수 경매가 한창인 상황에서 불거진 예상 밖의 악재에 KT는 당혹해 하며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이 KT 현직 CEO(최고경영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7일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소위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천190만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의 후원 계좌에 입금하는 과정에 황 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는 "CEO는 해당 건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으며,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해명했다.

KT 내부에서는 황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가 구속영장 신청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이 경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한 만큼 영장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필 이런 시점에 영장이 신청돼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두고 경쟁 중인 상황에서 향후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이날 별다른 대외 일정을 잡지 않고, 5G 주파수 경매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2일차로 접어든 이날 경매에서 전국망 대역인 3.5㎓ 대역을 놓고 LG유플러스와 치열한 수 싸움을 벌였다.

5G 관련 이벤트가 열린 날 KT에 경찰발 악재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KT의 평창올림픽 5G 홍보관 개관식이 열린 지난 1월 31일 분당 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번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황 회장의 거취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KT 내부의 위기감을 더욱 키운다.

황 회장이 구속될 경우 KT는 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를 맞게 된다. 더욱이 본격적인 5G 투자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앞두고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수장 공백이 발생하면 그 파장이 더 클 전망이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 결정을 전후로 황 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회장처럼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고도 연임에 성공했던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의 지난 4월 사퇴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이런 가운데 KT 안팎에서는 KT 전임 CEO들의 '징크스'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연임에 성공한 KT 전임 CEO들은 정권교체 이후 하나같이 검찰 수사를 받다 연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석채 전임 회장은 연임한 지 1년 8개월 만인 2013년 11월 검찰 소환을 앞두고 스스로 사퇴했고, 남중수 전 사장도 연임 8개월 만인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며 사임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 역시 연임 2년 차에 이런 징크스를 이어받을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황 회장의 퇴진을 요구해온 KT 새 노조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또 다시 CEO의 잘못이 내부 절차가 아닌 외부 사정기관의 개입을 통해 정리되는 이른바 'CEO 리스크'를 자초하고 말았다"며 "황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은 그간 사퇴 압박에도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정권교체 뒤 검·경 수사 후 CEO 퇴진이라는 전철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