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출근 및 등교시간대에 일본 오사카(大阪)시를 강타한 지진은 도시기능을 마비시켰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도로 곳곳이 끊겼고 철도망은 한동안 올스톱 상태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에 불이 나면서 소방차와 구급대의 굉음과 사이렌 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자 허둥대며 밖으로 나온 사람들의 모습도 곳곳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8시께 오사카시 우메다(梅田)의 대형복합시설 '그랜드프론트오사카'의 사무동 엘리베이터가 쾅하는 소리를 내면서 멈춰 섰다.
기상청이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한 시점으로 발표한 오전 7시 58분에서 2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건물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방진 설계가 돼 있어서 무너질 우려는 거의 없지만, 엘리베이터에 탄 6명은 공포에 떨었다. 이들은 1시간 반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이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24)은 "흔들림이 대단했는데 빌딩은 무너지지 않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회사원들은 전철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 버스나 택시를 탔다.
회사원 아베 가쓰후미(阿部勝文)씨는 "오사카역에 있는데 지진이 났다"며 "역 천장과 바닥이 물결치듯 움직였다. 겨우 서 있을 수 있었다"며 숨을 골랐다
택시 승차장에는 수백 명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러나 모두 잘 훈련된 듯 새치기를 하거나 먼저 타려고 서로 밀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등교 중인 9세 여자 어린이가 무너진 담장에 깔려 숨진 오사카 다카쓰키(高槻)시에서는 주택에 불이 나거나 수도관이 파열돼 물이 도로 위로 넘치는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사망 사고 현장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쿵'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졌다. 누가 깔렸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여성(35)은 "딸이 항상 다니던 통학로다. 딸이 지나가던 때에 무너졌다면"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오사카시 북부 히가시요도가와(東淀川)구도 지진 충격이 강타하며 거리 한쪽의 10m 길이 벽돌 담장이 무너졌고, 야스이 미노루(安井實·80)씨는 무너진 담장에 깔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야스이씨는 다른 남성과 함께 통학 중인 초등학생들의 안전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이 나와서 담장 벽돌을 치우는 등 구조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 다른 한 명은 구조에 성공했으나 야스이씨는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지진으로 교토와 나라(奈良) 등에 있는 국보급 문화재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교토(京都) 오야마자키초(大山崎町)의 암자 묘키안(妙喜庵)에 있는 국보급 다실(茶室)인 다이안(待庵)의 외벽에 금이 갔다. 또 국가 중요문화재인 주택 초치쿠쿄(聽竹居)의 창유리와 토벽 일부가 파손됐다.
나라시에 있는 유명 고찰인 도다이지(東大寺)에 있는 국보 사천왕상 가운데 하나인 목조 다몬텐류조(多聞天立像)의 오른손에 붙어 있던 소형 목제 장식 탑도 떨어졌다.
이날 지진으로 교통편이 한때 마비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일본 정부와 오사카부 등 당국은 재해대응 매뉴얼에 따라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2분 만인 이날 오전 8시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하면서 피해 상황 파악 및 구조·복구 작업을 총지휘했다.
같은 시각 경찰청은 재해경비본부를 설치하고 해상보안청도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함정 32척과 항공기 2기를 출동시켰다.
3분 뒤인 8시 3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조속한 피해 상황 파악 및 구조·복구에 전력을 다하라고 관계 성청(省廳·부처)에 지시했다.
8시 30분에는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피해 상황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시점에서 큰 피해 정보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설명했다.
28분 뒤인 8시 58분에는 아베 총리가 TV 화면에 나와 "인명이 최우선이라는 기본 방침 아래 정부가 하나 돼서 대응하고 있다"며 국민의 불안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편,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 경찰, 철도 당국 등이 신속하게 피해 파악 및 복구에 나서면서 오후 들어 오사카시 등의 대중교통망 운행이 재개되는 등 도시 기능이 속속 정상화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