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대법원을 상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키로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로 재배당한 지 하루 만에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중 서면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관련된 자료에 한정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며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고 따라서 더욱 통상적인 사건의 전례와 수사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키워드 추출 자료가 아닌) 하드디스크 전체를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관련자 참관 하에 필요한 자료만 추출해 인권침해 등이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여러 장치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자료 제출 요청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영장을 발부 받을 필요는 없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수사협조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겠다는 말씀이 있으셨기에 저희는 현 단계에서 제출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검찰이 대법원으로부터 확보하려는 하드디스크는 의혹 문건이 발견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컴퓨터에 있던 저장장치를 말한다.

재판거래 의혹을 자체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컴퓨터 사용자 동의를 얻어 의혹 관련 문건 410개를 추출해 조사한 뒤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검찰은 이 보고서를 통해 다뤄진 문건은 물론, 하드디스크 전체를 수사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검찰은 전날인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에 있는 관련 고발 사건 20여건을 특수1부로 재배당했다.

검찰은 일반론을 전재로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조사 계획에 대해서는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맞지만, 이 역시 범죄 혐의에 대한 통상적인 수사다. 일반 국민에 대한 통상 수사방식과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재판거래를 검토하는 정황이 담긴 문제의 문건을 양 전 대법원장이 보고받았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관련 발언이 나왔는지,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참석한 전원합의체 재판 등에서 판결방향에 대한 제안이나 압력 행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의 강제조사 과정에서 사법부와의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판사들은 세 차례에 걸친 법원의 자체 조사에서도 '법관 독립'과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법원행정처 컴퓨터 등에 대한 물적조사에 반대입장을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