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달라고 한 건의를 정부가 수용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국회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갖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내달 1일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다만 이를 어기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은 6개월 유예된다. 사실상 6개월 연기한 셈이다.
그동안 팔짱을 끼고 먼 산만 바라보던 당·정·청도 근로시간 단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얼마나 큰 혼란이 올지 불안했을 것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하려다 기업, 근로자가 모두 반발하자 이제야 한발 뒤로 발을 뺐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장은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까다롭기만 한 법령과 규정 때문에 무엇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버스업계의 혼란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기본급에 비해 수당이 많은 버스 기사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수입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버스 기사들이 대거 사표를 내 노선 변경과 운행 단축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일반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서 회식이나 거래처와의 식사, 해외출장을 위한 이동 시간 등을 업무의 연장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이다. 고용부가 지난 11일 근로시간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 북과 법원 판례를 뒤늦게 공개했지만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켰다. 그런데도 정작 주무 부서인 고용노동부는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겪었던 혼란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만일 그대로 밀어붙였다면 수많은 기업주가 범법자로 전락했을 것이다.
이제 6개월의 계도기간이 있으니 정부는 재계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를 만나서 현장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한 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와 탄력 근로제 개선도 귀 기울여 볼 만하다. 근로시간 단축은 근무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운영방법에 따라 우리 사회 전반에 가히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런데 시행도 하기 전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실행계획이 없었던 고용부의 책임이 크다. 아무튼 6개월 동안 미비점을 최대한 보완하길 바란다.
[사설]근로시간 단축 계도기간에 미비점 최대한 보완하길
입력 2018-06-20 21:25
수정 2018-06-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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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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