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선미씨의 남편에 대해 살인교사를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곽모(39)씨측이 항소심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26일 진행된 항소심 첫 재판에서 곽씨 측 변호인은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곽씨측 변호인은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사촌 살해를 교사했다는 공소사실은 영화 같은 스토리"라며 "이 사건과 관련해서 곽씨의 그동안 처신이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곽씨가 살인을 교사했는지는 분명히 구분돼서 평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곽씨는 자산가인 할아버지가 소유한 6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소유권을 빼돌리기 위해 증여 계약서를 위조하고, 할아버지의 출금전표를 위조해 3억4천만 원의 예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조씨를 시켜 송선미씨의 남편이자 자신의 고종사촌인 고모씨를 살해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고씨는 지난 8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조씨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곽씨는 할아버지의 재산 문제로 자신과 갈등을 빚고 있던 고씨를 살해하면 20억 원을 주겠다며 조씨에게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조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이 변호인은 이어 "곽씨의 교사로 살인하게 됐다는 가공의 사실을 끼워 맞추려다 보니 조씨가 이 사건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 이른 것"이라며 "원심은 이런 근본적인 의심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조씨의 진술이 믿을 수 있다는 만연한 판단에 유죄를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곽씨는 민사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인을 교사할 동기가 없다"며 "살인을 교사한다는 것은 피교사자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일 때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곽씨와 조씨의 관계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서울고법 형사9부(김우수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씨의 사건과 곽씨의 사건을 병합하기로 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지난 1일 형사9부에 이부 및 변론병합신청서를 제출했다. 곽씨측과 검찰 역시 병합 심리를 희망해, 병합된 사건 재판은 다음 달 3일 열릴 예정이다.

앞선 1심에선 "범행의 패륜적인 성격과 살해방법의 계획성·잔혹성 등에서 관용을 베풀기 어렵다"며 곽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곽씨는 변호인을 통해 항소했지만, 검찰은 곽씨에 대해 항소하지 않았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