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수십개를 개설해 전자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동네 친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지청장·직무대리 백용하)은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김모(31)씨와 유모(29)씨, 양모(23·중국 국적)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유씨는 2017년 6월부터 10개월여간 12개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계좌 36개를 개설,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 대여한 뒤 매달 계좌당 80만원의 대여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김씨 등이 개설한 계좌로 입금된 42억원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환전책에게 전달한 뒤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양씨가 관리하는 계좌에 입금된 피해액만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경기 남부 일대를 연고로 둔 동네 친구들로 가족과 친구 명의로 유령회사를 설립해 계좌를 대여한 뒤 보이스피싱 범죄에 활용해 고수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금세탁을 의뢰받은 뒤 환치기로 송금하는 역할을 하고 중국으로 도주한 주범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인출책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을 토대로 계좌 200여개를 추적해 피의자들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범행 과정에서 철저한 역할 분담으로 범행 가담자 신원을 숨기는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며 "일반인들이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며 유행처럼 범죄가 번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남/김규식·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