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끝내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3월 임명된 뒤 불과 7개월만이다.
박 수석은 8일 오후 기자실에 들러 “지난 11년간 대통령 내외를 모실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당분간 푹 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입이 있어 말을 하지만 비서는 입이 없어 말을 못한다”고 자신의 퇴진을 요구해온 민주당내 인사들을 겨냥한 뼈있는 말을 남겼다.
박 수석이 사퇴를 결심한데는 김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자발적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쇄신파들이 인적쇄신의 핵으로 자신을 지목하고 집요하게 퇴진할 것을 주장하는 마당에 계속 버틸 경우 김 대통령에게 누만 끼치게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직 사퇴를 결심한 점도 박 수석이 결심을 굳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수석으로선 민주당 총재직 사퇴라는 초강수 결단을 내린 김 대통령이 자신의 거취문제로 부담을 느끼는 상황을 감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대통령도 박 수석의 사표를 즉각 수리함으로써 민주당 내분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민주당 쇄신파들의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돼온 박 수석의 거취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음으로써 당정쇄신 파문이 확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은 민주당내 쇄신파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동안 쇄신을 외쳐온 민주당내 개혁파 의원들도 앞으로는 책임있는 언행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쇄신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