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지방공무원 채용시험의 답안지가 무더기로 사라지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습한답시고 취한 조치는 더욱 황당하다. 제출한 답안지가 사라진 17명의 응시생들을 빼놓고 채점한 뒤 합격자를 발표하는가 하면, 해당 응시생들에게는 개인별로 따로 연락해 필기시험을 다시 치르도록 종용했다. 시험성적에 가점을 주는 것은 물론 응시생 중 1명을 반드시 합격시키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바다 건너 외국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까지 한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발생한 일이다. 전원 재시험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랬다는 게 인천시의 해명인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인천시는 지난 5월 19일 15개 중·고교에서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을 일제히 치렀다. 인천시와 10개 군·구에서 근무할 8~9급 공무원 611명을 뽑는 시험이다. 답안지는 각 교실의 감독관 2명에 의해 걷혀져 고사장에 차려진 시행본부에서 이중으로 밀봉됐다. 교실별 응시생 숫자와 답안지 숫자가 맞는지 두 차례나 확인한 뒤 답안지를 봉투에 담아 밀봉하고, 상자에 한데 모아 다시 밀봉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게 인천시측의 설명이다. 이렇게 밀봉된 상자는 시청 인근의 한 빌딩에 있는 금고에 보관됐다. 그런데 답안지 17개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답안지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시험을 치른 지 닷새 뒤인 지난 5월 24일 채점을 위해 답안지가 밀봉된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였다.
수습과정에서 인천시가 취한 조치는 하나같이 상식 밖이고 탈법적이다. 답안지가 사라진 응시생들에게 가점을 주겠다며 재시험을 권유한 사실 자체가 심각한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해당 응시생 17명 중 1명의 합격을 보장한 것에 대해서도 위법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공무원의 경우 인천시가 임용권자이기 때문에 추가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게 시측의 설명이지만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필기시험 탈락자들의 무더기 소송 등 집단반발이 우려된다. 이런 상황임에도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을 당초 일정대로 발표한 인천시는 인·적성 시험과 면접시험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먼저 원인부터 명징하게 규명한 다음 수습책을 내놓는 게 순리다.
[사설]인천 공무원 채용시험 사라진 답안지
입력 2018-07-03 21:41
수정 2018-07-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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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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