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대형업체 탄력근무제 '여유'
86% 넘는 기업 여전히 '출근전쟁'
대형사 빌딩만 소등, 야간도 대조
"예전엔 급여차이만 있었는데…"
"출근 시간대에 급하게 뛰면 아마도 중소 IT업체나 스타트업 직원일 거예요."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TV)의 직장인들 출근 풍경이 지난 1일 근무시간 단축 이후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오전 7시 50분 등 매 정시 10분 전 대·중·소 IT 업체 직원들 모두 바쁜 걸음을 재촉했지만, 이제 '출근 전쟁'은 중소 및 스타트업 직원들만의 전유물이 됐다.
판교 TV 내 대형 IT 업체 직원들은 탄력근무제로 출퇴근이 자유로워져 지각 걱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꺼지지 않는 사무실 불빛에 '오징어 배'로 불렸던 판교 빌딩의 밤 풍경도 극과 극이다.
대형 IT 업체 빌딩은 퇴근 시간 후 차츰 소등되지만, 스타트업이 주로 입점한 곳은 늦은 시각에도 여전히 불야성이다.
9일 IT업계에 따르면 판교 TV 내 기업 중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대형 IT 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단축에 따라 자율 출퇴근을 기반으로 한 선택적 근로제를 도입했다.
NHN엔터테인먼트·컴투스·게임빌·펄어비스·웹젠·스마일게이트·블루홀·카카오게임즈 등도 이미 동참했거나 도입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300명 이상 고용업체들에만 국한되면서 대부분의 판교 TV 내 IT 종사자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대형 IT 업체 직원이 이번 달부터 누리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이들 소수만의 특권으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판교 TV에 입주한 1천306개(2017년 기준) 회사 중 대기업은 2.6%뿐인 35개사다. 1천136개에 달하는 86.9%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과 거리가 멀다.
급여 차이는 있지만 다 같이 늦게까지 일했던 판교 TV 직장인의 모습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소속에 따라 급격히 달라진 셈이다.
중소 IT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4)씨는 "북새통을 이뤘던 출근길이 한산해져 좋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이 소규모 업체의 직원들이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정모(42) 대표도 "이대로 가다간 유망 인력들이 대기업으로만 몰릴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