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감도는 국군기무사령부<YONHAP NO-3786>
사진은 과천 기무사령부 입구. /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시위 계엄령' 문건 의혹을 규명할 특별수사단이 늦어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전익수(공군대령) 특별수사단장은 이르면 12일 해·공군 검사 30여 명으로 수사단을 꾸리고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쟁점 등을 중심으로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단은 기무사가 작년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이 누구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와 어느 수준까지 보고됐는지, 연관된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해당 문건이 실제로 실행하려는 계획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3월 관련 문건을 보고받고도 4개월 동안 사실상 '뭉갰고', 이번 수사도 대통령 특별 지시로 이번 수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송 장관은 물론 기무사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국방부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계엄검토 문건, 작년 3월 한민구 장관에 첫 보고

기무사 문건은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최초 보고됐다.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기 일주일 전인 작년 3월 3일께 한 장관에 보고했다.

탄핵 심판 결과에 불복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시위대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점거를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군 차원의 대비가 긴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이었다.

당시 한 장관은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조 전 사령관에게 바로 돌려줬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한 전 장관 측은 "문건 유출시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군이 오해받을 소지가 있으니, 모든 논의를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 전 장관은 "언론을 통해서 할 말이 없다"면서 "제가 말을 아끼고 있다"라면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 송영무 국방장관, 4개월 전 보고받고서 수사 지시는 안해

자칫 묻힐뻔했던 해당 문건은 지난 3월 16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다.

기무사 직원으로부터 문건의 존재를 보고받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과 청와대에 동시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령관은 "이런 문건이 나왔다"면서 송 장관에게 알렸다.

이에 송 장관은 "알겠다. 놓고 가라"며 이 사령관을 돌려보냈다. 송 장관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아닌 외부기관에 이 문건의 법리검토를 지시했다. 당시 해당 문건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한 결과, 기무사의 월권행위며 당시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수사대상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등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판단, 청와대 보고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4·2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4월 말께 송 장관은 기무사가 만든 문건과 함께 이런 문건을 만든 기무사를 고강도로 개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이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고서 청와대에 보고하기까지에는 한 달여가 걸린 셈이다.

또, 송 장관은 청와대 보고 이후에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송 장관이 보고 직후 군 검찰 수사 지시 등으로 의혹을 조기에 규명했다면 사태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정치권·시민단체 잇단 문건 공개로 기무사에 '십자포화'

그러다가 기무사 문건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에 의해서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해당 문건을 제출해달라고 국방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 이전에 이 문건이 공개될 경우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판단, 제출을 미루다가 지난 3일 이 의원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최악에는 군을 투입해서 질서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는 할 수 있겠지만, 어떤 부대가 어디로 들어간다고 이른바 실행계획을 짜는 것은 기무사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문건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일에는 기무사령부가 촛불집회에 군 장비와 병력을 투입하려던 구체적 계획이 드러났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도 제기됐다. 작년 3월 기무사가 작성했다는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에는 육군에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무장병력 4천800명, 특수전사령부 병력 1천400명 등을 동원할 것으로 기록됐다는 것이 이 센터의 설명이었다.

이 의원과 시민단체의 문건 공개로 발칸 뒤집힌 정치권은 대치했다.

여권에선 '12·12와 닮은 쿠데타', '내란음모죄' 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 철저한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9일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청문회도 열어 반드시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끝까지 밝혀내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기무사가 아직도 보안사의 망령에 물들어 있다"면서 "(계엄령 검토 문건을) 누가 작성하고 누가 지시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는 달리 자유한국당은 비상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계획을 검토한 것을 놓고 사실관계를 오도하거나 수사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0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촛불집회 또는 태극기집회에 의한 국가적 혼란과 극도의 치안불안 사태에 대비해 법률에 따라 군이 취할 수 있는 비상조치 시나리오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 문 대통령 특별지시로 특별수사단 구성, 본격 수사착수

국방부는 지난 6일 기무사 개혁TF(테스크포스)에서 문건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무사개혁TF는 수사나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국방부 검찰단에 "문건의 작성 경위,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후 수사전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입장을 뒤집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독립적인 수사단을 구성해 의혹을 규명할 것을 특별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 순방 중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지시했다.

청와대는 수사단을 '비육군, 비기무 출신'으로 꾸리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정했다.

이런 가운데 군인권센터는 지난 10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을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다음날 공안2부(진재선 부장검사)에 사건을 배당했다.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문건이 누구 지시로, 어떤 목적으로 작성됐는지 등의 의혹이 규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송 장관은 지난 11일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과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수사할 특별수사단 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을 임명했다.

3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단은 다음달 10일까지 활동하면서 전·현직 기무부대원, 조현천 전사령관,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을 대상으로 문건 생산 배경과 지시자, 문건이 목적 등 의혹 규명에 나선다.

전익수 단장은 "기무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