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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이 브리핑을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화이트보드에 최종 표결 결과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됐다.

두자릿수 인상률을 이어가며 우리나라 최저임금 역사상 처음으로 8천원대에 진입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수치로 분석된다.

하지만 앞서 진행된 전원회의 의결 내용을 놓고 사용자측이 크게 반발, 이번 최저임금 위원회는 사용자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졌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4시 30분께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천35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7천530원보다 10.9% 오른 금액으로, 주 40시간 기준 월급(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174만 5천15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앞서 전날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시작해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19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는 전체 위원 27명 가운데 사용자위원 9명이 불참,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용자위원들은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이 부결되자 이에 크게 반발, 최저임금위에 불참을 선언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결정을 앞두고 사용자위원들에게 13일 밤 전원회의에 참석 여부를 질의했고, 사용자위원들은 예상대로 '올해 최저임금 심의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이에따라 사용자위원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진행된 최저임금위에서 근로자위원과 공익위원은 근로자 안(8천680원)과 공익 안(8천350원)을 표결에 부쳐 결국 공익 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근로자 안이 6표, 공익 안이 8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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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8천350원으로 결정나자 근로자위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 폭은 지난해(16.4%)보다 5.5%포인트 낮은 것으로, 지난해 이후 지속돼온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2020년까지 1만원을 목표로 가기보다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도 실현이 1~2년 가량 늦춰지게 됐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가정하에 올해와 내년 인상 폭을 같게 잡으면 이번에 최저임금을 15.2%가 올라야 한다.

이같은 인상률 결정에 경영계는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은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모라토리엄'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됐다며 대폭 인상을 요구해온 데 못 미친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근로자위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다음달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노·사 어느 한쪽이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 제기를 할 경우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