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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9일 새벽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귀가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횡령과 배임으로 챙긴 부당이득을 자녀들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식매입 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펴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조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으로 챙긴 돈이 조현아·원태·현민 3남매의 주식 구매자금으로 대거 흘러간 흔적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기내 면세품의 상당 부분을 총수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 일가는 이들 업체를 통해 물품 공급가의 일부를 '통행세'로 챙겨 자녀들 명의 주식대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재단 정석인하학원 관련 비리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한진 계열사들이 정석인하학원에 대한 편법 증여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3월 대한항공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실시한 4천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정석인하학원의 출자 규모는 52억 원이었다.

정석인하학원은 이 가운데 45억 원을 한진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현금으로 받아 충당했지만,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정석인하학원이 증여세가 면제되는 공익법인이기 때문이다.

사정 당국 한 관계자는 "계열사 재산을 빼서 정석인하학원을 통해 주식을 매입하고 총수 일가가 정석인하학원 지분으로 지배권을 확립하는 구조"라며 "실질은 배임 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6일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회장 측은 병원 진단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건강 상태를 감안해 불구속해줄 것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검찰이 적시한 조 회장의 횡령·배임 의심 규모는 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리적 다툼을 피하고자 비교적 혐의 입증이 쉬운 부분만을 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강 수사 내용을 토대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조 회장의 전반적인 횡령·배임 의심 규모는 2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수백억 원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